러 생방송 뉴스 중 반전 시위… 러 “난동” 서방선 “영웅”

입력 2022-03-17 04:08
러시아 국영TV 채널1의 직원 마리아 오브샤니코바가 14일(현지시간) 자사 최다 시청 뉴스 생방송에 뛰어들어 ‘전쟁 반대. 전쟁을 멈춰라. 프로파간다를 믿지 마라.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생방송 중인 러시아 국영TV 뉴스 세트장에 난입해 반전 시위를 벌인 현지 언론인이 서방에서 ‘영웅’으로 부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하는 포스터를 들고 생방송 뉴스에 등장한 러시아 국영TV ‘채널1’ 프로듀서 마리나 오브샤니코바가 하루 만에 모스크바 법원에서 불법시위 조직 혐의로 3만 루블(34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법원은 오브샤니코바에게 방송(업무) 방해가 아니라 반전 시위를 유도한 영상 연설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오브샤니코바는 세트장 기습 전 녹화해둔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범죄’라고 비판하며 러시아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나는 최근 수년간 채널1에서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의 선전 작업을 해왔다”며 “TV 화면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 매우 부끄럽다”고 말했다. 러시아인을 ‘좀비화’ 하도록 내버려둔 자신이 부끄럽다고도 했다.

오브샤니코바는 선고 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내가) 영웅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진실에) 눈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안전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오브샤니코바의 행동을 ‘훌리거니즘(난동)’으로 평가절하하며 크렘린궁이 아니라 방송국이 처리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제기구와 서방은 오브샤니코바의 행동을 높이 평가하며 그의 안전을 우려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라비나 샴다사니 대변인은 “우리는 그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에 대해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할 것을 당국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다음 회담에서 오브샤니코바 사례를 거론하겠다며 ‘망명을 통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감사를 전했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벌금을 대신 내겠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