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문샷… 화이자, mRNA 백신에 도전하다

입력 2022-03-17 19:24 수정 2022-03-17 22:12
화이자 CEO인 앨버트 불라(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해 벨기에의 화이자 백신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 두 번째 여성은 외즐렘 투레치 바이오엔테크 공동창업자이고 불라의 왼쪽에 있는 여성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다. 인플루엔셜 제공

“끔찍했던 2020년도의 9개월 동안 우리는 수백 가지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중 다수는 내 몫이었다. 그로 인한 심적 부담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했다. 제약산업에 기대를 걸고 있는 수십억 명의 사람, 수백만 곳의 기업, 그리고 세계 각국 정부의 희망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이 속한 기업이 업계 선두인 데다 자신이 그곳의 최고경영자(CEO), 심지어 그것도 신임 CEO라면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다.”

세계적인 제약회사 화이자의 CEO 앨버트 불라는 말한다. 2019년 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전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수년에 걸쳐 개발되고 상용화까지 5년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례 없는 팬데믹에 직면한 인류에겐 그만큼의 시간이 없었다. 준비된 게임체인저가 필요했고,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일에 위험을 무릅쓸 개발자들이 필요했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은 ‘미완의 플랫폼’이었다. 기존 백신은 감염성 없는 병원체 일부를 통해 몸속 면역 체계를 가동한다. mRNA 백신은 실제 병원체 없이 몸이 스스로 백신을 만들도록 가르친다.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지만, 사용 가능한 모든 기술 중 가장 빠르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선택지였다.

화이자는 2018년 독감 백신 개발을 위해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mRNA 기술 제휴를 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아들인 그리스 출신의 유대인 불라, 터키 출신 이민자인 바이오엔테크 공동설립자 우구어 자힌은 위기 상황에서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데 뜻이 맞았다. 화이자는 개발비 전액을 먼저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실패하면 손실은 모두 화이자의 몫이었다. 이들은 백신을 만들기로 결정한 지 9개월 만에 개발에서 생산까지 성공해냈다.


이달 전 세계 15개국에서 동시 출간된 ‘문샷’은 세계 최초의 mRNA 백신이자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의 도전에 관한 이야기다. 문샷(moonshot)은 달 탐사선 발사를 뜻한다. 1949년 미국인들이 우주 탐사를 계획했을 때 처음 쓴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책은 화이자의 백신 개발 성공담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준다. 백신을 둘러싼 정치·외교적 싸움, 백신에 대한 평등한 접근 등은 화이자를 비롯한 제약사들이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와 괴담에서 볼 수 있듯 과학에 대한 불신은 늘 존재해 왔다. 전 세계 환자를 고객으로 삼아 수익을 내는 거대 제약사들이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저자는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태어났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교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에서 생식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화이자 그리스의 동물약품 사업부 기술 담당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화이자 이노베이티브헬스그룹 사장, 글로벌 백신·항암제와 컨슈머헬스케어 사업부 사장 등을 거쳐 2018년 최고운영책임자(COO), 2019년 CEO가 됐다. 지난해 인사이더에서 ‘가장 혁신적인 CEO’, CNN 비즈니스에서 ‘올해의 CEO’에 선정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