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는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방역당국은 현재 1급으로 지정된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발언은 1급 법정 감염병에 수반되는 고도의 역학조사·격리치료가 고위험군 보호에 주력하는 새 방역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1급 감염병은 발생 즉시 신고하고 음압격리 등 높은 수준의 격리를 필요로 한다. 2·3급은 24시간 이내에 신고하면 되고, 4급은 전수감시 대상도 아니어서 전국 단위 환자 집계도 없다. 2급은 격리할 수 있지만 1급처럼 음압격리를 의무화하진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등급 조정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라는 이유로) 기저질환 진료가 원활하지 않고, 역학조사도 더 이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하루 수십만명씩 확진되는데 어떻게 1급 감염병으로 대응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왜 기록적인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 이런 얘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며 “불이 잡히지도 않았는데 경보 단계를 내리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등급 조정 자체는 합리적이라 볼 수 있는 행정 조치”라면서도 “중증화·치명률이 여전히 높다는 본질적 인식까지 변해선 안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역 당국은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조정 논의가 섣부르다는 입장이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현재로선 유행을 최대한 피해 없이 잘 극복하는 데 집중(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등급이 하향으로 바뀔 수 있는 각종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치료비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금껏 격리기간의 코로나19 치료비는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 등으로 전액 보장했는데 향후 등급 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아직 논의가 초기 단계이고, 관련 정책·지원이 기계적으로 연동되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결핵은 2급 감염병으로 분류됨에도 치료비를 폭넓게 지원한다. 다만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행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유료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