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엔 안들어 간다는데… 국방부 청사도 ‘구중궁궐’ 우려

입력 2022-03-17 04:0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로 용산 국방부 청사가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고도의 보안시설인 국방부 청사가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명분인 ‘소통’과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며 청와대를 폐지하고 대통령실 전체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대선 후 공약 이행을 위한 검토과정에서 인수위 내에서 정부서울청사가 보안과 경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국방부 청사가 유력한 대체지로 떠올랐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용산(국방부)을 포함해 여러 후보지를 놓고 검토 중”이라며 “윤 당선인이 기존 청와대에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청와대 밖으로 나오겠다고 한 것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소통이 중요하다는 오랜 의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워낙 청와대라는 곳이 구중궁궐로 느껴져서 들어가면 국민과 접점이 형성되지 않고 소통 부재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 측은 새 집무실 마련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김 대변인은 “새 길을 낼 때는 장애물이 많다”면서 “특히 경호와 보안 같은 상당히 많은 난관에 부딪혔음을 알게 됐다”고 시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에서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집권 직후부터 집무실 이전을 추진했지만 경호 및 보안 문제로 결국 ‘공약 파기’를 선언해야 했다.

국방부 청사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정부서울청사의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시설인 만큼 경비가 확실하고 유사시 국방부 청사와 연결된 지하 벙커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방부 청사가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점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집무실 이전 명분으로 내세웠던 ‘국민과의 소통’ 면에서 합격점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국방부는 독립적인 군사시설이어서 일반 국민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 측은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조성될 예정인 용산공원이 개장하면 국민과의 소통이 용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7년 개장할 계획이었던 용산공원은 미군기지 반환이 늦춰지면서 개장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만약 국방부 청사가 새 집무실로 확정되면 대통령 관저는 4㎞가량 떨어진 한남동 ‘공관촌’에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출퇴근길 도로 통제 등 교통 문제가 예상된다.

정부서울청사와 관저 후보지인 국무총리 공관과의 거리(1.2㎞)에 비해 동선이 훨씬 길어지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 불편을 초래한다면 국민과 소통을 잘하겠다는 취지가 오히려 퇴색할 수 있다”며 “소통은커녕 오히려 국민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동성 박재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