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16일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자진사퇴설을 일축했다. 정해진 임기를 최대한 채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검찰 안팎에선 법이 정한 총장의 임기는 보장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김 총장의 리더십이 이미 구성원들에게서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김 총장은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입장문은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총장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은 분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6월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 말까지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인 사퇴 압박이 들어오자 김 총장이 직접 사퇴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김 총장이) 공명정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그런 각오와 의지가 있으면 임기를 채우는 것”이라며 “지금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김 총장의 거취 논란을 바라보는 검찰 안팎의 시선은 복잡하다. 김 총장이 임기를 채울 경우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고도 1년가량 더 호흡을 맞춰야 한다. 김 총장은 사법연수원 20기로 윤 당선인(23기) 3년 선배다. 하지만 김 총장은 대장동 사건 부실 수사 의혹으로 여러 차례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받았고,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 무마 의혹으로도 고발당한 상태다.
윤 당선인이 ‘정상화’라고 지칭한 검찰 인사가 난 뒤 김 총장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현 정부에서 좌천됐던 검사들이 새 정부 검찰 인사에서 주요 보직으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앞서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김각영 당시 총장이,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에는 김수남 총장이 자진해 자리를 떠났던 전례도 있다.
다만 법적으로 보장된 총장의 임기가 정치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 온 만큼 김 총장 거취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권 의원 역시 “윤 당선인이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하거나 이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당선인이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건 맞다”면서도 “김 총장이 임기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당선인 취임 이후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