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회동이 만남 4시간 전에 무산돼 적지 않은 정치적 파문이 일고 있다. 초박빙 정권교체의 후유증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정적인 정권 이양을 통해 국민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회동의 불발이 진보·보수 진영 결집에 따른 국론 분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 무산이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입을 모았다. 무산 배경을 떠나 회동이 결렬된 것 자체만으로 국민 통합 측면에서 부정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역대 정권에서 회동을 하기로 했다가 무산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어 “원만하게 권력이 이양돼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면서 “무산된 모양새가 국민에게 좋지 않게 비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구권력과 신권력의 만남이 연기되는 것은 국민이 여러 추론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윤 당선인을 적극 돕는 모양새를 취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도 청와대는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고 정권을 이양하는 것이 국민에게 화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회동이 무산됐다는 것은 청와대가 ‘정권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는 “새 정부 출범 전 갈등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 통합과 화합, 협치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진보·보수 진영이 결집해 향후 정국이 분열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성수 교수는 “문 대통령이 통합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진영 결집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문 대통령도, 윤 당선인도 최대한 만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사면론이나 민정수석실 폐지 문제 등 정서적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회동 무산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결집하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문제를 언급하며 “윤 당선인 측에서는 인사를 일방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청와대는 인사권이 주어진 임기 내의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여전히 통합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이 당일 취소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그러나 신권력과 구권력의 알력 다툼이 낯선 것은 아니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와 노무현정부의 충돌이 대표적 사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수위가 공무원들에게 고압적 태도를 보인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직접 나서 반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권재창출을 이뤘던 2012년도 예외는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인수위와 이명박정부도 긴장 관계를 형성했다. 이 전 대통령 임기 동안 박 전 대통령과 내내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