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들! 남편 잘 만나야 해요. 말씀 간증은 기록하지 않고, 매일 TV만 보는 남편 만나면 어떻게 같이 살겠어요? 속 터집니다. 속 터져!” 호통 치듯 한 목사님의 말씀에 “목사님, 퇴근하면 매일 성경책만 들여다보고, 간증만 쓰는 남편하고 살아보세요. 그것도 속 터집니다. 속 터져요!”라며 중얼거렸다. 남편은 대학생 때 목사님을 만나 제자양육을 받고 결혼 후 지금까지 작은교회를 인도하고, 주일학교에서 말씀도 전하고, 교회에 새로 등록한 분들과 말씀교제를 하고 ‘한국교육자선교회’ 강원도 일도 총괄한다. 열정적인 남편을 만난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혼자 집안 살림에, 아이들 셋 양육에, 직장 일에 자주 넘어지고 시험에 들었다.
산골학교 첫 발령지에서 남편을 만났다. 그런데 임신 막달에도 성경책만 잡고 있더니 부활의 역사적 사실을 확증한 후 ‘예수님께 내 인생 모두를 드리겠다.’는 결단을 하고 매일 대학생들을 양육하러 나갔다. 산후 조리할 때에도 새벽기도 때 집을 나가면 자정이 되어야 들어왔다. 힘든 상황보다도 무심한 남편에 너무 화가 나서 편지를 썼더니 ‘예수님을 위해 내 삶을 드릴 수 있는 이 시간이 살아있는 것 같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사람이 내가 붙잡는다고 될 사람이 아니구나!’ 결국 포기하게 됐다. 어려서부터 이혼 가정에서 소망 없이 살아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으면 벌써 자살했을 거라던 남편이 예수님을 만나고 삶의 목적이 선명해진 것이다.
내 인생을 생각해 보았다. 아이 낳고, 집을 사고, 자식 기르고, 결혼시켜 손자 보면 할머니 되고 결국 죽는다는 결론에 큰 공허감이 몰려왔다. 갑자기 천국소망으로 기쁘게 달리는 남편처럼 하나님이 진짜 살아 계신지 너무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날부터 남편과 대화하며 하나님이 살아계신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나는 세상의 빛이라. 나는 생명의 떡이라.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 만약, 예수님이 다시 살아났다면 이 말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생각에 4복음서의 부활에 대한 내용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다 남편이 준 이스라엘 역사서의 기록이 모두 성경내용과 똑같은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 순교하면서까지 부활을 전한 제자들의 삶이 보였다. ‘부활은 역사적 사실이고, 예수님의 말씀도 진짜구나! 이분이 하나님이시구나!’ 성경 말씀이 진리로 인정되니 내 지식과 감정, 가치관이 모두 헛것임이 선명해졌다. 성경말씀이 내 삶 전체를 뒤엎고, 남편에 대한 오해와 섭섭함도 풀어졌다.
어느 날 5살 큰 아이를 재운 후 16개월인 둘째는 업고, 막내는 유모차에 태워 컴컴한 거실을 서성이는데 ‘지금 남편은 기쁘게 복음을 전하는데 나는 뭐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에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그런데 번뜩 ‘내가 아이를 봐 달라고 남편을 부르면 지금 복음을 듣는 사람은 복음을 듣지 못하지. 힘들어도 세 아이를 보는 것이 복음을 전하는 것과 같이 중요한 하나님의 일이잖아!’ 순간, 서글픈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전도나 제자양육과 동일한 하나님의 일이고 내가 감당해야 할 사명임에 새 힘이 솟았다.
어느 겨울방학 때, 남편은 캠프에 참여해 1주일간 복음을 전하고, 곧바로 교회를 방문한 외국인 지체 3명의 신앙 훈련을 맡아 매일 자정이 넘어 들어왔다. 며칠 후 주일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큰 아이가 “엄마, 저 오늘 아빠 봤어요!”했다. “어디서?”하니 “예배당 안에서 제 옆을 지나갔어요.” 그렇게 남편 없는 방학을 보내니 참았던 마음이 또 폭발했다. “우리 집이 잠만 자는 모텔인줄 알아? 이렇게 살 것이면 왜 결혼을 했어? 차라리 자식을 낳지 말던가!” 그래도 남편은 말없이 나를 품어주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잘 아는 언니에게 얘기했더니 언니는 사도바울 얘기를 하며 “미선아, 남편은 복음을 전하는 일에 인생 전부를 드릴 사람이야. 하나님의 일을 사람이 말릴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 말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으며 남편이 하는 일에 걸림이 없어지고, 진심으로 남편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 남편과 함께 복음을 전하고, 방학 때면 온통 교회 일정에 맞추며 주님의 계획대로, 남편의 스케줄대로 순종하며 복음 전하는 일에 함께 한다.
지금까지 25년 넘게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네가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너를 그 학교에 보낸 이유는 영혼을 사랑하라고 보내는 것이다.’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기에 생각과 일이 단순해진다. 오늘도 나는,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를 만나러, 고민을 해결해줄 학부모를 만나러, 내가 둘러보고 말 한마디라도 건네 줄 교직원을 만나러 학교에 간다. 늘 하나님께서 부어 주시는 기쁨으로 집을 나선다. 날마다 만나는 영혼들을 섬기고 사랑하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 주님이 주시는 사명이기 때문이다.
김미선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