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미리 준비하는 성격으로 끝없이 다음 일을 준비하며 살았다. 학생 때엔 주초고사가 끝나면 바로 월말고사, 월말고사 직후부터 중간고사, 중간고사 끝나면 또 기말고사를 준비했다. 교사가 되어선 1년간 교재연구를 미리 했고, 아이를 낳고는 몇 년 후를 예측하며 모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사후세계는 아무리 준비하려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천국행 티켓을 예매하여 미리 손에 넣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불안과 지옥의 두려움에 교회를 다녔다. ‘잠자더라도 교회 가서 자자.’며 열심히 영접기도를 수없이 했지만 하나님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열정을 본 교회에서는 집사 직분을 주겠다고, 중고등부 교사를 해 달라고 했지만 거절하고 정답을 찾아 말씀 좋다는 교회를 여기 저기 찾아다니다 이단교회까지 갔었다. 그러나 어떤 노력에도 답을 찾지 못하니 나중에는 침대에 쓰러져 이대로 영원히 잠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한마음교회 목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큰 기대를 했지만 “저를 만난 것이 인생의 축복입니다.” 딱 한 말씀만 하고 훌쩍 가버리셨다. 너무 허탈했지만 확신에 찬 그 모습에 분명 답이 있다는 생각에 한마음교회에 다니는 선생님과 본격적으로 말씀교제를 했다.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증거인 부활이 성경에 미리 예언돼 있는 것과 겁쟁이 제자들의 순교를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다 고린도전서 15장의 증인들을 통해 부활이 역사적 사실임을 확증하는 순간, ‘전능자가 정말 나 때문에 죽으셨구나! 이것이 진짜구나!’ 20년 동안 혼미했던 말씀들이 실제가 되었다.
여름수련회 새벽기도 시간에 마태복음 12장의 ‘더러운 귀신이 사람에게서 나갔을 때에 물 없는 곳으로 다니며 쉬기를 구하되 얻지 못하고 이에 가로되 내가 나온 내 집으로 돌아가리라.’는 말씀이 불같이 가슴에 떨어지며 앞이 캄캄해졌다. ‘아! 아무리 성경 보고, 기도하고, 봉사해도 내가 마음의 주인으로 버티고 있는 한 마귀는 나를 보고 ‘너는 내 집’이라 하는구나! 이런 나를 위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구나!’
의자에서 내려와 교회 마룻바닥에 그대로 꿇어 엎드렸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제가 하나님이 되어 살아온 죄를 회개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 저의 주인이 되어주세요. 주님만이 나의 생명이십니다.” 드디어 마음 중심에서 예수님을 영접했다.
구원이 확실하니 몸과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낙엽에도 부활을 전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고, 사랑하는 제자들을 살려야 한다는 강한 욕망이 불탔다. 어느 날, 수업을 받던 여학생이 밤에 시커먼 물체가 아파트 계단에서 노려보고, 밤에 천정에서 내려다보고 침대에 올라와 옆에 눕기도 한다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하교 후에 복음을 전하고 네 마음의 주인이신 예수님만 꽉 붙잡으라며 함께 기도했는데 다음 날 승리했다며 너무 좋아했다. 어느 학교에서는 말썽만 피우던 남학생이 수영을 하다가 심장마비를 일으킨 일이 일어났다. 급히 서울 큰 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식불명으로 지내다가 극적으로 회복했다. 병원에 찾아가 학생과 부모님께 복음을 전했고, 학교에선 모금운동을 하고 세 살 지능으로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어느 TV에서 한 시간 동안 방영했다. 며칠 후, 학생 아버지가 찾아와 덥석 내 손을 잡고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항상 귀를 막고, 고개를 숙이고 지내던 심한 정신지체의 자폐성 장애 남학생이 복음을 듣고 감격하며 예수님은 나의 주인이라고 어눌하지만 또박또박 영접기도를 한 일, 학교폭력 신고로 심각한 상황이 된 학급에서 기도해 달라고 찾아 와 한 시간 동안 복음을 전하여 학급 전체가 함께 영접기도를 했던 기억, 복도에서 손을 번쩍 들고 ‘할렐루야!’를 외치는 학생들, 서술형 문제에 ‘울 국어선생님은 예수님 딸!’이라 쓴 학생, 선생님을 만나 아이가 살았다고 감사를 전하는 부모님, ‘제 삶이 너무 힘든데 선생님을 만나면 행복해진다고 해서요. 퇴근 후 저를 좀 만날 주실 수 있을까요?’ 하던 어머님. 이 때를 위해 나를 교사로 불러주시고 그들을 변화시켜 주신 하나님이 너무 감사하다.
신규 교사로 발령받은 3년차에 성적향상 우수교사 교육감 표창, 3학년 전국 모의고사에서 강원도 1등으로 진학지도 우수교사로 국립대총장 표창도 받았다. 하나님 없이도 세상은 정말 살 만하다고 외치던 남편은 지금 전도의 길을 함께 걷고, 딸은 교단에서, 아들은 직장에서 각자 자리에서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간다.
젊은 영혼들을 놓을 수 없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정년퇴임까지 교단에 섰다. 지금은 많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전도지와 마스크를 들고 나가 식사비 계산을 하는 짧은 시간에도 복음을 전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준비하던 내가 사후세계의 준비까지 마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을 잡고 달려갈 것이다.
김혜선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