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대표 P2E(Play to Earn) 게임사 위메이드는 자체 발행 코인 위믹스 1억400만개를 공시 없이 대량 매각했다. 위믹스를 수차례 팔아 기록한 매출만 2255억원이었다. ‘먹튀’ 논란이 불거지자 위메이드는 매도금을 위믹스 생태계 확장을 위해 썼다고 해명했다.
미공시 매도로 수천억원을 현금화하는 일은 일반적인 주식시장에서는 불가능하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위믹스가 거래되는 빗썸코리아의 사내이사기도 하다. 이해 상충 소지가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소비자보호연구센터장은 “위메이드 사례는 가상자산 규제 공백으로 가능한 모든 문제점이 담긴 종합선물세트”라며 “업권법이 있었다면 불법적이었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IEO(거래소 공개) 도입·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공약 등은 시장 질서를 건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새 정권이 출범하는 지금이 가상자산 제도화의 적기”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산업 및 규제 측면에서 선도적으로 연구해온 국내 전문가다.
김 센터장은 IEO 도입을 강조했다. IEO는 코인을 발행할 때 중앙화된 거래소의 인증을 거치게 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ICO(암호화폐 공개)는 발행인이 별다른 심사 절차 없이 직접 코인을 발행·유통한다. 국내에서는 그간 ICO·IEO가 모두 금지돼 해외에서 발행한 뒤 우회 상장하는 방법을 써왔다.
김 센터장은 “IEO는 거래소의 ‘상장’ 기능과 유통 책임 같은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라며 “거래소가 문지기로서 실체와 가치가 없는 코인을 걸러낸다면 투자자 보호 측면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제도가 미비해 암호화폐에 문제가 생기면 발행처와 거래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잦다.
거래소 내부의 이해 상충 문제도 지적됐다. 주요 거래소들은 코인의 상장과 매매·청산·결제 등 업무를 홀로 수행하고 있다. 각 기능을 정밀히 감독·규제하는 마땅한 기관도 없다.
결국 차기 정부가 규제 공백을 메울 법제도를 속히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가상자산 관련 13개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올라왔지만 계류 중이다. 업권법이 제정되면 개미 비중이 높고 검증 안 된 알트코인이 주류인 국내 시장은 한층 건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센터장은 당국 주도의 일방적 입법보다 자율 규제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한다. 그는 “미국의 코인베이스는 자율 규제안을 만들어 정부와 협의해 운용하고 있다”며 “전문성이 높은 거래소가 시장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자기 정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