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알몸 배추’ 파문이 일었던 중국에서 이번에는 절임 야채 쏸차이(酸菜)의 비위생적인 제조 과정이 공개됐다. 직원들이 맨발로 절임 통에 들어가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 더러운 환경에서 만들어진 쏸차이가 중국 전역의 식품 업체에 납품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중 한국 대사관은 16일 해당 제품이 국내로 수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CCTV는 ‘3·15 만찬회’라는 프로그램에서 후난성 위에양시에 있는 쏸차이 생산 공장을 고발했다. 쏸차이는 배추나 갓 등 야채에 소금과 향신료를 넣어 절인 뒤 발효시키는 식품이다. 쏸차이가 들어간 컵라면 등은 중국 전역에서 판매되고 일부는 해외로 수출된다.
공개된 영상에는 직원들이 맨발로 절임 통에 들어가고 피우던 담배꽁초를 버리는 장면이 담겼다. 쏸차이를 포장하기 전 포대에 담아두거나 더러운 바닥에 그대로 쌓아두기도 했다. 밭 기슭 흙구덩이에서 만든 저질의 쏸차이를 오래 발효된 식품으로 속여 판매한 곳도 있었다. CCTV는 이런 식으로 쏸차이를 만든 업체 5곳을 공개했다. 이들은 중국의 유명 식품 브랜드인 캉스푸를 비롯해 상하이, 쓰촨 등 전국 식품 업체에 쏸차이를 납품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SNS에는 ‘흙구덩이 쏸차이가 폭로됐다’는 제목과 함께 영상이 급속도로 퍼졌다. 중국 네티즌들은 “어제도 쏸차이 컵라면을 먹었는데 생각만 해도 토가 나온다” “언제까지 식품 위생을 걱정해야 하나”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업체 관계자는 “규격화된 절임 작업장에서 만든 쏸차이는 불순물이 거의 없고 모두 수출용”이라며 “불순물이 섞인 쏸차이는 발각되더라도 약 2000 위안(38만원) 정도의 벌금을 물면 된다”고 말했다.
방송 직후 위에양시 정부는 공안 등과 함께 단속반을 꾸려 해당 업체를 대상으로 밤샘 조사를 벌였다. 문제가 된 공장에서 쏸차이를 납품 받은 식품 업체는 사과 성명을 내고 “재료 공급처에 대한 관리 감독 실수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게 됐다”며 “당국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방송에 나온 쏸차이 공장의 제품은 한국에 수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식품 위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상의를 벗은 남성이 구덩이를 파 만든 대형 수조 안에서 물에 잠겨 있는 배추를 굴삭기로 옮기는 장면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