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스포츠계의 ‘러시아 보이콧’이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유럽대회 출전금지 징계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러시아축구협회의 항소를 기각했다. 영국에선 러시아 선수의 출전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CAS는 15일(현지시간) “모든 러시아 팀과 클럽의 대회 참가를 금지한 유럽축구연맹(UEFA) 집행위원회 결정을 유예해달라는 러시아축구협회의 항소를 기각한다”며 “결정은 유효하며 러시아 팀과 클럽은 여전히 유럽 대항전에 참가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UEFA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달 28일 “추가적인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러시아 국가대표팀과 클럽팀의 FIFA 및 UEFA 주관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한다”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전날 국제대회에서 러시아 국가명과 국기, 국가 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조치에서 더 나아간 것이다.
러시아축구협회는 반발하며 UEFA와 FIFA를 상대로 CAS에 제소하고 손해배상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CAS가 UEFA의 손을 들어주면서 러시아 축구 대표팀과 러시아 클럽은 UEFA가 주최하는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FIFA에 대한 러시아축구협회의 제소 역시 금주 중으로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이 역시 기각될 경우 2018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는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위한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없다.
영국에선 스포츠에서 러시아 국기는 물론 선수 출전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러시아 보이콧’이 더 거세지고 있다.
나이젤 허들스톤 영국 체육부 장관은 러시아 출신의 남자 테니스 스타 다닐 메드베데프(세계랭킹 2위)가 올해 영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 윔블던에 참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블라디미르 푸틴의 지지자가 아니라는 보장(assurance)이 필요하다”는 답을 내놨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허들스턴은 “어떤 조치가 필요하고, 무엇을 통해 그러한 보장을 받아낼지 고려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윔블던 주최측인 올잉글랜드 테니스 클럽(AELTC)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프로 테니스계에선 이미 러시아 보이콧이 이뤄지고 있다. 자신의 국적을 표시하지 않는 러시아 선수에 한해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푸틴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증표가 없는 선수의 출전까지 막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와 별개로 러시아 내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비판할 경우 자국 내 지지자들의 비판은 물론 선수생명도 위태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허들스톤 장관은 축구계 내의 ‘러시아 머니’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투자 없이 완벽하게 잘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그는 “함께 일할 수 있는 다른 투자자들이 전 세계에 많이 있다”며 스포츠계의 러시아 제재에 대해 “러시아를 세계 스포츠 무대로 다시 받아들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