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대표이사 부회장인 한종희 DX(디바이스 경험)부문장은 16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논란이 된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와 관련해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연금의 반대 등으로 난항이 예상됐던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처리됐다.
삼성전자는 온·오프라인으로 주총을 개최했다. 주총 현장에는 위임장을 포함해 주주 16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900여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삼성전자의 주주 수는 지난해 말, 보통주 기준으로 504만여명이다. 전년(214만명)보다 배 이상 늘었다. 주총에선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올라왔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GOS 적용 논란이었다. GOS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은 주총장 근처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처음부터 최상의 성능을 원한다는 고객 목소리가 많아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저희가 성장하고 제품이 많이 팔리는 데 지장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GOS 사태의 밑바탕에는 ‘엑시노스 부진’이 있다며 투자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경계현 DS(반도체)부문장 사장은 “제품 출시는 시장과 고객 상황에 따라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수시 변경된다. 회사 전략과 관계돼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파운드리 수율 확보에 대해선 “시간이 소요됐으나 점진적으로 개선돼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다.
한때 ‘10만 전자’를 바라봤지만 최근 6만원 수준까지 하락한 주가를 놓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주주환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미래 신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성장 모멘텀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성장 동력으로 ‘로봇’ ‘메타버스’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안에 로봇 제품을 출시한다.
삼성전자의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를 표명하면서 난항을 예고했던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 주주 권익 침해 등을 이유로 경 사장(찬성률 86.34%)과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86.11%)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었다. 감시의무 소홀을 이유로 반대한 김한조 전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의 사외이사 선임과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감사위원 재선임은 각각 69.53%, 74.46% 찬성률로 가결됐다. GOS 사태 책임을 물어 일부 주주가 반대의사를 보였던 노태문 MX(모바일)사업부장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찬성률 97.96%로 통과됐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