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尹 회동 무산, 정면충돌 후유증이 우려스럽다

입력 2022-03-17 04:01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첫 회동이 만남 4시간 전 갑자기 취소됐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의 얘기를 종합하면 인사 문제 등에서 의견이 달랐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은 임기 말 정부의 인사권 행사를 ‘알박기’로 규정하고 인사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임기 중 인사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오는 31일 임기가 종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 인사가 대표적이다. 법리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후임 한은 총재를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후임 한은 총재는 윤 당선인과 일할 사람이다. 윤 당선인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퇴임을 앞둔 대통령과 취임을 앞둔 당선인의 시각이 다를 수 있다. 게다가 정권재창출이 아니라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황이다. 인재를 판단하는 기준도 다를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타협의 정치다. 국민이 두 사람의 회동에 기대했던 것은 신·구 권력의 지도자들이 차이를 조정하고 협치의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었다.

일단 윤 당선인 측의 조급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 진용을 빨리 갖춰야 하기에 인사부터 챙겨야 한다는 조급증이다.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공공기관 인사와 관련 “정치적으로 임명된 직원들 같은 경우는 스스로 거취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쫓지는 않겠지만 알아서 그만두라는 압박이다. 전날 권성동 의원은 김오수 검찰총장을 향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 인수위 기간은 공약을 점검하고 차기 정부에서 함께 일할 인재풀을 갖추며 조직을 정비하는 시간이다.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들을 내쫓고 자기 사람들을 심는 기간이 아니다. 윤석열정부는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인데, 전 정권 사람들은 모두 나가라고 압박하니 ‘점령군’ 논란만 확대될 뿐이다.

문 대통령과 현 정부의 대응도 아쉽다. 주요 자리 인사는 형식에 상관없이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권한이라면서 자기 사람들을 임명할 때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유달리 자기편 인사를 챙겼다. 그 결과가 5년 만의 정권교체였다. 두 사람은 한발씩 물러나 순조로운 정권 교체 작업을 함께 이뤄내야 한다. 알박기니 점령군 같은 얘기가 나돌기에는 국내외 상황이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