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6일 사의를 밝혔다. 대선 사전투표 부실 관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선진국이 됐다는 나라에서 벌어진 ‘소쿠리 투표’ 현장은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황당했다. CCTV 카메라가 가려진 사무실에 우편투표 봉투를 쌓아둔 사진은 오래전의 부정선거를 떠올리게 했다. 확진자 투표인원 예측에 실패해 극심한 혼란을 빚었고, 누군가 이미 기표한 투표용지가 다른 투표자에게 배부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며, 그래서 비롯된 유권자들의 항의를 김 총장은 “난동”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의를 밝히면서 자신의 잘못으로 “복잡한 지침과 늦장 지시, 일선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업무 추진, 소통과 공감 부족의 권위적 태도”를 꼽았다. 한마디로 무능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지방공무원이던 아들의 선관위 이직과 승진 과정을 둘러싼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의 사퇴는 당연하다. 그러나 충분하지 않다.
선관위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대선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은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만큼 조직이 망가져 있다는 뜻이다. 사무총장 한 사람의 사표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이런 사태는 반드시 되풀이된다. 허물고 다시 짓는 수준의 선관위 조직 재정비가 필요하다. 국회는 노정희 선관위원장을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 선관위의 방만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철저히 따져야 고쳐 나갈 방법이 보일 것이다. 책임과 직무를 방기한 공직자는 아무리 국가 5부 요인이라도 국민의 추궁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무너진 기강을 다시 세울 수 있다.
그 사달이 나던 날 노 위원장은 출근도 하지 않았다. 자리를 지키고 있을 자격이 없다. 가장 엄중한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당장 몇 달 뒤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관위는 지휘부의 무능과 공백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조속히 제 기능을 회복하도록 정비를 서둘러야겠다.
[사설] 무능·방만 선관위, 사무총장 사표로 넘어갈 일 아니다
입력 2022-03-1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