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천사를 만났다

입력 2022-03-19 04:08

살아가면서 한 번쯤 천사를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천사들은 우리를 위험에서 구해주기도 하고, 어려울 때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낙심에 빠졌을 때는 마음을 토닥이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그들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 평범한 이웃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이다.

최근 그런 천사를 만났다. 이름을 붙이자면 ‘기도 천사’라고 할까. 이분은 남을 위해 평생 기도해온 장로님이다. 그는 마치 성경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사자(使者)처럼 갑자기 나타나 하늘 음성을 들려줬다. 그 ‘전언’은 놀라웠다. 마치 내 생각과 마음 상태, 처한 상황 등을 속속들이 알고 난 다음 해주는 말 같았다. 그분과의 만남은 처음이었지만 그는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할 분들이 있겠다. 혹은 소위 예언기도를 받았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 그건 아닌 것 같다. 나는 그 장로님에게 어떤 요청도 하지 않았다. 그분은 그저 기도의 결과라고만 했다. 나는 그분이 들려주는 말씀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 마음을 향해 정조준한 기도였다. 때를 따라 돕는 하나님의 은총이란 이런 걸까. 기독교 신앙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가 존재한다. 21세기 최첨단 과학과 무신론적 사고가 세간에 꽤 우월해 보이고 절대적으로 보이지만, 저 신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모든 일을 기도한 다음 결정한다고 한다. 기독교인 사이에 흔히 얘기하는 ‘기도해보고 결정하겠다’는 식이 아니라 실제로 철저히 기도하고 실행하는 분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평생 인적이 끊긴 산속 수도원 같은 데서 홀로 도를 닦은 선지자 같은 분은 아니다. 그는 과거 고위 공직을 수행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분이다. 한 번도 골프를 친 적이 없었고, 일류 대학을 나왔으나 한 번도 학연이나 지연에 의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돈을 멀리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말에는 권세가 느껴졌다. 그는 수많은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데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도하는 대상만 300명이라고 했다.

이런 놀라운 만남은 실은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쯤이다. 몇 명의 천사들이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A선교단체 간사들이었다. 사전 약속도 없었고 갑자기 ‘일터를 찾아 기도해드리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취재차 몇 번 만난 적이 있었지만 이런 식의 만남은 특별했다. 그분들도 나도 뭔가에 이끌려 만나는 것 같았다. 사무실 한쪽 회의실에 들어온 천사들은 나를 둘러싸더니 손을 내밀어 축복송을 불렀다. 그러고는 돌아가며 기도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들은 나를 잘 아는 것처럼 기도했고 내 심장을 꿰뚫을 듯하며 고민과 염려를 털어내 주었다. 그 순간을 표현하자면 찬송가 가사를 인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을 알 사람이 없도다.”

그동안 내가 만난 ‘기도 천사’는 이외에도 여럿이다.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어떤 목사님은 함께 있던 몇몇 동료를 위해 일일이 기도했고, 국내 거주 외국인을 도우며 평생 타인을 위해 기도해온 어느 권사님은 벌써 5년째 기도 목록에 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독교 신앙에서 천사는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로, 이른바 영계에 속하는 존재로 알려진다. 천사는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보냄을 받은 사자나 전령을 말한다. 성경에 따르면 천사는 하늘에 거처를 두고 있지만 때로 사람들의 눈에 보이기도 한다. 천사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하나님으로부터 초자연적인 힘과 지혜를 부여받았지만 완전한 존재는 아니다.

앞으로 또 어떤 천사를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그들은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천사들은 걸인 장애인 외국인 어린아이 탈북자 난민 등 소외된 이웃의 모습으로도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바라기는 그들을 대번에 알아봤으면 좋겠다. 그게 어려우면 아브라함처럼 부지중에라도 그들을 잘 대접하고 싶다.

신상목 종교부장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