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20여년간 자리를 지켜온 여의도를 떠나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어야 할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부산 유세 현장에서 산은을 콕 집어 “내려보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선 상태다. 윤 당선인 비서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산은 본점은 서울에 둔다’는 조항을 고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같은 달 발의했다.
산은은 업무 효율성 저하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민간 기업과 스킨십이 잦은 업무 특성 상 서울~부산을 오가야 해 비효율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 등을 먼저 유치했던 부산의 국제 금융 지수가 여전히 낮아 이전 효과도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산은의 최근 ‘성적표’가 저조해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핵심 업무로 꼽히는 구조조정 성과가 저조하다. 2019년 공식화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은 약 3년 만에 최종 무산됐고, KDB생명·쌍용자동차 M&A도 잡음을 내며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치 어젠다가 강해지면서 서울 잔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산은 내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일찍이 체념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저연차 직원 사이에서는 “부산으로 꼼짝 없이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 이직 할 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돈다. 한 산은 관계자는 “부산으로 이전하면 ‘A 매치’(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금융 공공기관 중 선호도가 최상위권인 곳) 지위를 잃을 게 불 보듯 뻔하다”면서 “산은이 앞으로 부산지역 대학 출신으로 가득 차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