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호텔은 무엇인가

입력 2022-03-19 04:05

일상 속으로 호텔이 ‘훅’ 들어왔다.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며 만난 생경한 풍경 중 하나다. 그전에는?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했다. 특별한 날에만 갔고, 어쩌다 가게 되면 어쩐지 매무새도 다시 돌아보곤 했다. 호텔 로비에 앉아 있으면 멋진 차림으로 오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각별하게 신경을 쓴 것이 역력하다. 좋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곳이라는 방증인 셈이다.

그렇다면 호텔을 좀 더 편하게 즐길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즐기려면 잘 아는 게 답이다. 어쩐지 부담스러운 그 기분 대신 최대치로 즐거움을 끌어올린다면 호텔을 가는 발걸음은 더 잦아질 것이다. 고객에게도 좋겠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우리나라 호텔업계 발전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을 테니 서로 좋은 일이다.

호텔, 리조트, 스테이 등 숙박업은 전문 용어로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라고 한다. 사전적으로는 방문객 또는 낯선 이들에게 친절하고 편안한 숙식을 제공하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환대’라는 개념이 저변에 깔려 있다. 호텔의 역사는 저 머나먼 그리스 신화에서 출발하는데, 환대는 그때부터 장착된 DNA다.

기원전 9세기 호메로스의 장편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에서 신은 인간을 찾는 여행자로 종종 등장한다. 여행자를 환대하지 않으면 신에 대한 모욕으로 여겼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는 나그네로 변신한 신, 즉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인간 세상을 여행한다. 마을 사람들은 초라한 행색의 이들을 박대한다. 반면에 신앙심 깊은 바우키스와 그녀의 남편 필레몬은 이들을 극진하게 대접한다. 제우스는 훗날 부부에게 큰 상을 내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벌을 내렸다. 서양의 많은 화가가 이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다. 여행자들에 대한 태도는 기본적으로 환대여야 했고, 이는 곧 호스피탈리티가 가져야 하는 제일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 이른바 상식이 됐다. 동양에선 일본의 오모테나시에서 이를 볼 수 있다. 환대를 받는 상대의 마음까지 배려하는 동양적인 태도가 담겨 있다.

호텔에 가면 친절한 직원들이 고객을 맞이한다. 지극한 환대다. 제우스가 보았다면 큰 상을 내릴 만큼 훌륭하다. 환대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보이는 그 환대를 위해 호텔마다 우아한 백조의 수면 아래 가열찬 움직임처럼 엄청난 준비를 한다. 객실은 물론 호텔 전체의 흡배기량을 조절해서 공기와 냄새를 관리하고, 용도에 따라 실내 조도는 까다롭게 조정을 거친다. 편안한 샤워를 위해 온수 온도, 수압까지 세팅하는 건 물론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나라 안팎에서 호텔과 리조트를 만들어왔고 책도 쓰게 됐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호텔을 둘러싸고 있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해 함께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됐다. 이 지면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호텔은 아는 만큼 더욱더 즐길 수 있다. 나아가 호텔은 알면 알수록 훨씬 더 매력적인 곳이라는 점이다.

한이경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