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딤나무(Acacia wood)는 성지순례를 할 때 애굽에서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막에서도 자라는 이 나무는 잘 썩지 않고 나무결이 뒤틀리지 않아 베어다 관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성경에는 싯딤이 지명으로도 나옵니다. 그중 하나는 이스라엘 백성이 요단강을 건너기 전 여호수아가 정탐꾼을 보냈던 성읍으로 여리고 맞은편에 있으며, 지금도 이곳에는 싯딤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싯딤나무는 건조하면서 햇볕이 뜨거운 곳에서 자라며 나무껍질은 붉은 갈색이며 가지에 긴 가시를 가지고 있는 것, 또는 짧고 구부러진 가시를 가진 것 또는 가시가 없는 것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사막을 지나는 여행자에게 그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유대인들은 법궤 등 성막과 관련된 기물을 만들 때 주로 싯딤나무를 사용했습니다. 그들은 왜 많은 나무 중에 싯딤나무를 선택했을까요. 이유는 싯딤나무에 특별한 종교적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애굽을 탈출한 유대인들이 40년간 광야를 떠돌아다니면서 발견한 나무는 싯딤나무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싯딤나무는 가시나무 중의 하나로 가시가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한 번 찔리면 살점이 찢기기 때문에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사해바다 근처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며, 쭉 곧게 자라지도 않고 울퉁불퉁해서 볼품이 없습니다. 그래서 싯딤나무를 목조의 건축물로 사용할 때에 까다로운 부분은 대패로 다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싯딤나무를 다른 말로 조각목이라고도 합니다. 이 나무는 백향목처럼 좋은 목재는 아닙니다. 그러나 단단하고 내구성이 강해 벌레가 갉아먹지 못해 썩지 않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무를 조각조각 잘라 역청으로 붙여 널판을 만들어 법궤를 만드는 데 사용했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형의 법궤는 싯딤나무의 조각을 연결하여 붙인 뒤 금을 입혀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만약 백향목으로 성막을 지으려면 구하기도 쉽지 않았겠지만 멀리서 운반해오는 일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싯딤나무로 성막을 지으라 하신 것입니다. 볼품없고 쓸모없어 보이는 나무가 궤짝으로 변하고 겉은 황금으로 입혀져 법궤가 되어 지성소에 놓이는 순간 하나님의 영광이 임했고 모든 나무 중에 가장 귀한 나무가 됐습니다.
하나님은 싯딤나무 존재와 같은 우리를 택하셨고 금보다 귀한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의로 옷 입히시고 귀한 존재로 살게 해 주셨습니다. 광야의 거칠고 메마른 환경도 잘 이겨내고 뜨거운 사막바람을 잘 견뎌내며 어떤 상황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꿋꿋이 자란다면 하나님은 시련을 잘 이겨낸 강인한 사람을 사용할 것입니다.
또 싯딤나무는 큰 나무가 아니고 법궤나 성구를 만들 때 나무 하나를 가지고는 안 되므로 여러 나무와 조각이 필요합니다. 많은 조각이 모이고 거룩한 도구가 되어 귀하게 쓰임을 받았던 것처럼 우리도 주님을 위해 협력하고 앞장서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정성봉 목사(세계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지도목사)
◇영남대, 고려대,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캐롤라인 대학에서 교육학, 경영학, 목회학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꽃동산교회 협동목사, 헤브론드림교회 담임목사, (사)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이사, 세계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지도목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직장경력으로는 금융감독원을 거쳐 현재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투자운용본부장으로 근무 중입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