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코로나19 손실보상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서울시로부터 자료를 받는 등 심리가 진전되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헌법상 손실보상’ 개념을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와 맞물려 자영업자 구제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법학계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제한이 헌법상 어떤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지, 어느 정도의 보상이 적절한 것인지를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헌재는 자영업자 손실보상 관련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하면서 서울시로부터 방역 조치에 대한 자료를 받았다. 헌재가 직권으로 사실조회를 요구해 집합제한 자료를 받은 것이다. 청구인 측은 1년여 만에 심리가 진전되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구인 측 변호사는 “헌재가 구체적으로 시에서 내린 처분을 따져보고 그 처분이 헌법재판의 요건이 되는 공권력 행사인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이 현재 정부의 손실보상이 위헌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손실보상법 이전에 발생한 손해에는 소급적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피해를 100% 보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제역 등으로 가축 살처분이 이뤄졌을 때 적정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청구인들은 비유했다.
법조계에선 정부의 영업제한을 헌법상 재산권 침해로 해석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가가 도로 개통을 위해 토지를 수용하거나 개발제한조치로 개인의 땅에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한 경우 재산권 제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가 영업시간 규제를 했다는 게 영업시설 자체를 소유권 이전하거나 영업 자체를 못 하게 한 것은 아니라 재산권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박종원 청주지법 판사도 지난해 말 열린 학술대회에서 “영업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재산권의 제한에 이르기 위해서는 영업재산의 가치가 완전히 제한되는 영업 중단에 해당하는 경우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산권이 인정되지 않아도 자영업자의 손실을 계측해 일정 부분 보상할 필요는 있다고 법학계는 지적한다. ‘헌법상 손실보상’을 언급한 윤 당선인이 재원 50조원 확보를 공약으로 내걸고 빠른 구제를 약속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차 교수는 “자영업자 희생이 일반 국민의 것을 넘어서는 것으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국가가 해당 부분에 대해선 보상을 해줄 수는 있다”며 “독일도 비슷한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