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을 봉쇄하면서 세계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미 중국의 빅테크 기업 주가는 급락했다. 선전에 위치한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애플 등의 주가도 맥을 못 추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유가의 고공비행도 중국발 수요 감소를 만나면서 주춤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14일(현지시간) 중국의 대표적 IT기업인 징둥, 알리바바, 바이두의 주가는 각각 10.5%, 10.3%, 8.4% 급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세 기업 모두 종가 기준으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연초와 비교하면 알리바바는 27%, 바이두는 20%가량 떨어졌다.
중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 폭락 이면에는 코로나19가 자리한다. 철저한 격리와 봉쇄를 중심으로 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의 하루 확진자는 2020년 2월 이후 세 자릿수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강력한 전파력에 지난 10일부터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가파른 확산세에 중국 정부는 ‘셧다운’으로 맞섰다. 선전에 오는 20일까지 봉쇄 조치를 내렸다. 주민들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리고 대중교통 운행을 멈췄다.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기업·기관에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선전은 홍콩과 인접한 경제도시다. 텐센트, 화웨이 등 중국의 대표 IT기업 본사는 물론 글로벌 제조업체 공장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동북 3성 가운데 하나인 지린성에는 성 전체의 봉쇄를 결정했다. 우한, 시안 등의 도시가 폐쇄된 적은 있었지만 성 단위 봉쇄는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가 지린성 창춘 소재의 합작공장 가동을 멈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의 봉쇄 조치가 확대되면 중국 경제를 넘어 세계 공급망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의 ‘코로나 셧다운’ 여파는 나스닥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로 번졌다. 애플의 공급업체 대만 폭스콘을 비롯해 중국 내 제조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공급망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14일 나스닥은 262.59포인트(2.04%) 하락한 1만2581.22로 거래를 마쳤다. 애플(2.7%)과 아마존(2.3%),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2.8%) 등 주요 IT기업의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반도체주인 퀄컴과 마벨도 각각 7.3%, 4.5% 떨어지며 큰 하락폭을 보였다. 항셍기술지수가 11% 이상 폭락하면서 항셍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5.42% 내려앉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이다.
코로나 셧다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국제유가의 상승세도 멈춰 세웠다. 4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5.8% 떨어진 배럴당 103.0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는 장중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5월 인도분 북해산브렌트유는 5.1% 내린 106.90달러를 기록했다. 중국발 수요 감소를 예상한 결과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