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기로 접어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너머를 내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변이 출현이나 면역 효과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이번 고비를 넘겨도 중규모 이상 유행이 연달아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의 ‘정점’을 먼저 겪은 유럽 주요 국가 상당수에선 확진자가 다시 늘어날 조짐이 감지된다. 15일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발생 추이는 지난 13일 기준 4520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달 초 100만명당 1570명까지 감소했던 독일 역시 같은 날 기준 2339명까지 늘었다. 영국, 프랑스에서도 유행 곡선은 저점을 찍고 우상향으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에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첫째는 이동량 변화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책에 의해서든 자발적으로든 이동량이 팬데믹 전보다 10~20%가량 줄어 있었는데, 그게 회복되면서 확진자도 다시 늘어나는 추이”라고 설명했다. 시간 경과에 따른 면역 효과 감소 또한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바이러스 자체의 변화도 겹쳤다. 전파력이 일반 오미크론 대비 30%가량 강한 것으로 알려진 ‘스텔스 오미크론’, 즉 BA.2 바이러스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해당 바이러스는 국내에서도 지난주 기준으로 26.3%의 검출률을 보이며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다. 극소수 사례에 불과해 실질적 영향은 없었다는 게 중론이지만 올해 초부턴 유럽을 중심으로 델타와 오미크론의 변이를 모두 지닌 ‘델타크론’ 바이러스도 보고됐다.
새 변이도 언제든 출현할 수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오미크론 대유행을 거치며 인구 집단 상당수가 감염된 만큼 ‘높은 전파력’ 자체는 더 이상 진화 관점에서 메리트가 되기 어려워졌다”며 “그렇기에 (오미크론 다음으로) 널리 퍼지는 변이가 나온다면, 면역을 회피하는 능력이 크게 발달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행의 정점 이후 중규모 유행이 이어질 수 있다며 대비를 당부한다. 인명 피해를 감소시킬 치료제를 충분히 비축하고 각종 방역 정책의 근거로 쓰일 데이터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할 때 동원 가능한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민간의료기관의 공공화를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투자하고, 평소엔 인플루엔자나 결핵 등의 환자를 보다가 위기상황에 가져다 쓰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