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MB 사면 요청은 ‘통합 명분 정치 흥정’ 비판론

입력 2022-03-16 04:02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건의는 4년 전 이 전 대통령을 구속한 당사자의 제안이란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초박빙으로 차기 대통령이 결정된 만큼 관용과 통합이 절실하다는 명분이 거론되지만, 정치적 흥정처럼 인식되고 사법절차를 손상시킨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더한 갈등을 막으려면 대상 범죄와 일정한 복역 기간 등을 명문화해 사면권 행사 한계를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 당선인이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할 이 전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3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첨단범죄수사1부의 수사로 구속 수감됐다. 다스 자금 횡령, 삼성그룹 뇌물수수 등 16개 혐의로 기소돼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이 전 대통령은 기소 당일 옥중에서 “초법적 신상털기와 짜맞추기 수사였다”고, 대법원 판결 당일엔 “법치가 무너졌다”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고 입장을 냈다.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정치보복을 주장해온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는 그 자체로 논쟁거리다. 수사를 한 검찰은 수사 결과가 백지화될 때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껴 왔다. 다만 물밑에서는 “사법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정치적 입지가 탄탄한 이들일수록 수사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점도 이러한 비판에 무게를 싣는다. 이번 사안에서도 수사를 책임진 인물이 사면을 건의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 있다.

반면 사면 건의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회통합 과제를 안고 출발하는 당선인으로서는 오히려 피할 수 없는 건의라는 설명이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국민의 법 감정과 시대의 흐름을 고려해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 정무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해석, 만일 특별사면이 단행된다면 이 전 대통령과 함께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랐다.

윤 당선인의 사면 건의는 시점과 형식 측면에서 김영삼정부 막바지인 97년 12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에 견줘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했지만 사면 제안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 통합이 긴요하다”고 했었다.

법학계에서는 세부 제도를 보완해 사면권 행사의 객관성·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돼 왔다. 우리 헌법과 사면법은 사면권 행사의 절차 요건은 설명하지만 사면의 대상·기준·한계는 따로 실체적 제한 규정을 두지 않는다. 미국 일부 주는 살인 등 중범죄자, 탄핵당한 자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다. 사면이 청원되면 범죄 피해자에게 통지해 의견 진술을 받는다. 일본은 형 선고 뒤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에야 특사를 신청할 수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