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풀리는 ‘여행 빗장’… 백신 증명 없이 해외 갈까

입력 2022-03-16 04:05
모두투어 직원들이 1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정부가 21일부터 백신을 접종한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여행업계, 항공업계 등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빗장이 하나둘 풀리면서 항공업계와 여행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각국이 해외입국자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식당·카페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의 백신패스를 폐지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도 없애고 있다. 글로벌 항공업계는 국제선 여행에 적용되는 여러 규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은 최근 유럽연합(EU) 여행에 적용되는 여러 제한사항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백신접종증명서 제시, 승객위치확인서(PLF·여행기간 어디에 머무는지 등을 적는 서류) 작성, 실내 마스크 착용 등이 그것이다. IATA와 ACI 유럽은 “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개방하고 규제를 철폐하고 있는 만큼 항공운송에서도 유사한 규제를 없애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1일 발표된 영국의 경영 컨설팅업체 옥세라(OXERA), 의료 컨설팅업체 엣지 헬스(Edge Health)의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영국 정부가 그 즉시 여행 제한을 도입하더라도 감염의 정점 시기를 최대 4일 늦추는 데 그쳤다.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고, 그 존재를 확인한 뒤 규제를 시작했을 때엔 이미 세계 각지에서 감염이 발생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여행 제한을 두는 게 큰 의미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에서도 재현될 수밖에 없다. 억눌려있던 해외여행 수요가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조치 하나만으로도 크게 들썩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정부의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발표 이후 11~13일에 해외항공 전체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873%나 급증했다고 인터파크투어는 밝혔다.

항공업계는 여행심리를 붙들고 있는 각종 규제를 속도감 있게 해제하면 항공산업 회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한다. 라파엘 슈바르츠만 IATA 유럽지역 담당 부사장은 “여행 제한 해제는 사람들의 여행을 자유롭게 하고, 유럽 항공 운송 및 여행 부문에 대한 일자리 회복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국제노선 운항 재개 시 심사 등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여행 제한 조치의 폐지는 시간문제라고 본다. 여행 제한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을 늦출 수 있는 ‘1차 방어선’이라는 의미를 갖지만, 관련 산업들을 위축시키는데다 새 변이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만, 해제 이후에 다시 제한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시점을 잡기 어려워 빠르게 결정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로운 변이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고 본다”면서 “개인적 생각으론 오미크론이 한참 유행할 때엔 (제한 조치들을) 너무 까다롭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