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화를 뒷받침할 최대 동력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쌓으며 단단해진 ‘젊은 내야진’이다. 팀 주장이자 내야 중심을 잡아주는 유격수 하주석과 2루수 정은원은, FA로 활약을 인정받은 대체불가 포수 최재훈과 함께 견고한 센터라인을 구축했다. 괄목할 성장을 보여주며 김태균 이후 향후 10년을 책임질 4번 타자 감으로 성장한 노시환이 3루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1루는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붙박이 주전에 도전하는 이성곤이 앞서나가는 가운데 정민규와 변우혁 등 젊은 피가 시범경기 활약으로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성곤은 키움 히어로즈와 연습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뒤 “부상 없이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문제는 타격도, 수비도 평균 이하였던 외야진 재편이다. 호타준족형 베테랑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 영입이 한화의 고민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정민철 단장은 중견수로 나설 터크먼에 대해 “이글스파크가 타자 친화형 구장이 아닌 점도 고려했다”며 홈런보다는 중장거리포와 수비력에 대한 기대를 앞세웠다.
센터라인은 해결됐지만 좌우 코너 외야는 아직 무주공산에 가깝다. 작년 하반기 지명타자로 4번 자리에서 깜짝 활약했던 김태연이 올 시즌 외야로 전향해 한 자리를 노린다. 지난해 극심한 슬럼프로 주장직마저 내려놓으며 주전에서 이탈한 노수광의 반등, 해외 유턴파 루키 권광민, 가능성을 보여준 이원석 임종찬 등 신예들의 경쟁을 통한 긍정적 선순환이 절실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투수진도 선발에 비해 빈약한 불펜 강화가 과제다. 루키들을 포함해 불펜 뎁스에 깊이를 더할 깜짝 스타 탄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류현진 이후 구단 국내선수 최다승인 14승,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김민우를 중심으로 올해도 동행하는 외인 투수 라이언 카펜터와 닉 킹험까지 3선발은 확실한 경쟁력이 있다. 4, 5선발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14일 “윤대경과 김기중이 선발 투수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후반 필승조에서 선발로 전환한 윤대경의 확실한 연착륙과 2년차에 중책을 맡은 김기중의 활약이 선발진 운영의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불펜에선 철옹성 같았던 마무리투수 자리가 공석이다. 베테랑 정우람이 지난해 에이징 커브 기미를 보이며 부진한 가운데 필승조로 활약한 3년차 강재민이 정우람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수베로 감독은 “작년 불펜에서 경기 막판에 나왔던 정우람 주현상 강재민 윤호솔 김범수 등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며 “시범경기 막판에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주현상 윤호솔 김범수 등이 리드 상황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지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슈퍼루키’ 문동주와 박준영 등 올해 신인 투수들의 성공적 1군 연착륙이다.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문동주는 한화 역대 신인 3위(5억원) 계약금이 증명하듯 한화 마운드의 미래다. 류현진(토론토)이 참관한 스프링캠프에서 최고 155㎞의 속구를 뿌린 뒤 “몸을 100%로 끌어 올리면 160㎞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찬 각오를 밝혀 기대를 더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