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딜레마’ V리그… 인기 유지에 무시된 매뉴얼

입력 2022-03-16 04:07
한국배구연맹(KOVO)과 V리그 여자부 7개 구단은 오는 20일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던 리그를 재개하고, 포스트시즌은 축소 진행하기로 지난 11일 결정했다. KOVO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포스트시즌은 취소돼야 하지만, 팬서비스 등을 이유로 강행키로 했다. GS칼텍스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왼쪽부터) 3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 KOVO 제공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가 코로나19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상륙한 2020년 이래 V리그는 세 번째 시즌을 진행하고 있지만 올해 불어닥친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이전과 차원이 다르다. V리그를 관장·운영하는 한국배구연맹(KOVO)과 각 구단은 물론 선수들과 팬들도 초유의 사태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KOVO는 오는 20일 IBK기업은행과 KGC인삼공사의 6라운드 경기를 시작으로 중단됐던 V리그 여자부 일정을 재개키로 했다. 다음 달 5일 현대건설-GS칼텍스 전이 정규리그 마지막 일정이다. 포스트시즌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여자부는 현대건설과 GS칼텍스, KGC인삼공사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이번 시즌 두 번째 리그 중단에 들어갔다. 16일에 재개키로 했으나 페퍼저축은행이 부상자·확진자 발생으로 12명(리그 정상 운영 기준) 엔트리를 채우지 못하면서 20일로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KOVO의 코로나19 매뉴얼이 적용되지 않아 비판이 나왔다. 매뉴얼에 따르면 리그 중단 기간이 24~28일이면 정규리그는 6라운드까지 진행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열리지 않는다. 여자부 누적 중단 기간이 26일이므로 ‘봄 배구’는 취소돼야 했다.

하지만 KOVO와 여자부 7개 구단은 “여자부 인기상승 유지, 팬 서비스 제공, 포스트시즌 진행 시 일정 소요기간 등을 고려했다”며 만장일치로 포스트시즌 축소 진행을 결정했다.

기존 매뉴얼을 따르더라도 6라운드는 모두 치러야 하는 상황이므로 하위권 구단들은 포스트시즌과 무관하고 포스트시즌이 유력한 1~3위 팀에선 한 차례 집단감염이 휩쓸고 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위 3개 구단은 봄 배구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KOVO와 구단들이 스스로 정한 매뉴얼을 뒤집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집단감염이 추가 발생해 리그가 또 중단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도 별도 공지가 없다. 매뉴얼대로라면 리그 중단 28일 초과로 조기 종료지만, 이미 번복된 터라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 IBK기업은행 흥국생명 페퍼저축은행에선 집단감염이 없었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새 시즌에 돌입하는 축구와 야구에서도 ‘오미크론 비상’이 걸렸다. 15일 프로축구 K리그1 소속 FC서울에 따르면 선수 중 확진자가 나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구단은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았으나 5명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가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가 나와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 앞서 K리그1 울산 현대에서도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다. 울산은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첫 경기를 앞둔 채 악재가 발생해 다수 선수가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프로야구에선 키움 히어로즈, KT 위즈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왔다. 키움은 14일 선수 3명(1군 2명, 2군 1명)이 유전자증폭(PCR) 검사 및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여 격리 조치를 했다. KT는 지난 12일 LG트윈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을 앞두고 이강철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 3명과 선수 9명 등 12명이 대거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이 밖에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 등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