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키이우 턱밑서 무자비한 포격… 최악 시가전 임박

입력 2022-03-16 04:03
우크라이나 소방관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서부 주택가에서 러시아군 포격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는 이날 새벽 이뤄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주택가에서 최소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래 사진은 러시아군 포격을 받은 아파트에서 구조된 한 여성이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막고 불타는 아파트를 지켜보고 있는 장면. AFP연합뉴스

수도 키이우를 놓고 격렬하게 대치하는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시가전이 임박했다는 정황이 외신을 통해 속속 전해지고 있다. 키이우로부터 20여㎞에 불과한 요충지 이르핀시가 거의 폐허가 될 정도로 치열한 격전이 치러지는 데다 전 방향에서 키이우를 포위 중인 러시아군 일부가 시내까지 돌격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시가전이 벌어지면 각종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을 보유한 우크라이나군에 러시아군이 크게 당할 개연성이 크다는 진단이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4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시가전이 벌어지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도시 시가전에서 공격군은 처음부터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시내 곳곳의 건물과 은폐물에 매복한 방어군에 언제 어디서 노출돼 공격당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력뿐 아니라 시가지 점령에 나서는 보병의 기동력과 훈련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러시아군 병사는 경험 없는 어린 징집병이 대부분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도시에 군사법정을 설치해 수없이 전장을 탈출하는 탈영병 처벌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질 만큼 군기가 해이하고 사기도 낮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에서 지원받은 각종 첨단 탐지장비와 휴대용 무기로 무장한 채 높은 사기를 유지하고 있다. 여러 전선에서 큰 전과를 올린 만큼 자신감도 강한 상태다.

최근 재블린에 이어 영국·스웨덴 합작품인 NLAW 대전차 미사일도 대량 제공받아 매복공격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터키산 바이락타 무인공격 드론도 러시아의 제공권 장악을 방지할 수 있는 무기다.

텔레그래프는 벤 배리 국제전쟁학연구소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공격군이 방어군을 압도하려면 최대 9배의 병력을 보유해야 한다”면서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이 정도의 수적 우세를 러시아군이 확보하고 있는지 의문을 표시한다”고 전했다.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군이 이르핀~키이우 고속도로를 끊고 수많은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를 파괴한 일도 불리한 정황이다. 보급선이 끊기면 시가전에 나선 러시아군이 도시 안에 고립돼 자멸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가전이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전으로 전개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최악의 타격을 당하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점령하려면 무자비한 폭격과 가가호호를 상대로 펼치는 시가전을 결합해야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도시를 파괴한다면 21세기 최악의 전쟁범죄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양국 군은 이날도 키이우로 가는 주요 거점인 이르핀에서 중앙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우크라이나군은 특수부대 침투와 다연장 로켓발사를 통해 러시아 기갑부대와 보급부대를 집중타격했으며, 러시아군은 보급행렬 외곽의 포병부대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을 공격 중이다. 이르핀 시내 도로에는 버려진 차량이 1㎞ 이상 늘어선 모습도 목격됐다. 운전석이 열린 채 버려진 한 자동차에선 ‘어린이’라고 인쇄된 종이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고, 앞 유리에 총알 구멍이 뚫린 차량도 발견됐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