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순안비행장에 ICBM 발사용 추정 구조물

입력 2022-03-16 04:01
주한미군 35방공여단이 모의 전투 상황하에서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을 특정 장소로 전개해 대공·미사일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은 15일 보도자료와 함께 ‘요격미사일 훈련’ 사진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위 사진). 아래 사진에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위해 평양 순안비행장에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달라지는 모습(점선)이 담겨 있다. 5일(맨 왼쪽) 촬영한 위성 사진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었다. 12일(맨 오른쪽) 사진에는 콘크리트 토대 2개가 설치된 모습이 보인다. 주한미군 제공, 미국의소리(VOA)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평양 순안비행장에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포착되자 미국은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정찰기를 연이어 출동시키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12일 순안비행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새로운 콘크리트 토대가 2개 설치된 것이 확인됐다고 15일 보도했다. 순안비행장은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신형 ICBM ‘화성-17형’을 쏘아 올린 곳이다.

2개의 콘크리트 토대는 폭이 50m로 같고 길이는 각각 220m, 100m로 측정됐다. 북한이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미사일을 쏠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이 토대가 건설된 시점은 지난 8~9일로 추정된다. 위성사진이 촬영된 12일 이후 더 넓은 범위에 콘크리트가 깔렸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2017년 7월 ICBM급 화성-14형과 같은 해 11월 화성-15형을 발사할 때 이처럼 콘크리트 바닥을 만든 뒤 그 위에 TEL을 올렸다. ICBM과 같은 대형 미사일을 쏠 때는 엔진이 작동되면 지표면에 강한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이를 견딜 토대가 필요하다.

한·미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언제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보고 ICBM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 군용기 추적 사이트 등에 따르면 미국은 전날 RC-135V(리벳 조인트)에 이어 이날 RC-135S(코브라볼) 정찰기를 한반도에 띄웠다. 전 세계에 3대밖에 없는 코브라볼은 탄도미사일 탐지와 추적에 특화된 미 공군 특수정찰기다. 이 정찰기는 수도권과 서해 상공 등을 비행하며 북한 순안지역 일대를 정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은 이날 요격미사일 전개·배치 훈련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미8군 제35방공포병여단이 모의 전투 상황하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특정 장소로 전개하고 대공 및 미사일 작전을 수행했다는 내용이다.

한·미는 복구 정황이 포착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도 집중 감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ICBM과 달리 핵실험은 중·러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한·미가 미사일 시험발사를 응징하는 식으로 나오거나 핵탄두 소형화 검증 등의 필요성이 생길 경우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이 전날 만나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며 “우리는 북한의 최근 긴장 조성 행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