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손들어준 ‘DLF 소송’… 함영주는 패소, 왜?

입력 2022-03-16 04:07
연합뉴스

함영주(65)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함영주호(號)’ 출항이 안갯 속에 빠졌다. 지난해 8월 같은 사안의 1심 소송에서 이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엇갈린’ 판결은 두 재판부가 관련 법 해석을 다르게 했기 때문이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 여부 쟁점은 ‘불완전 판매를 막을 내부통제기준을 제대로 마련했느냐’다. 금융사지배구조법과 시행령에서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와 세부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내부통제기준 법령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함 부회장을 패소 판결한 서울행정법원 행정 5부는 “(금융사지배구조법은) 범위를 예측할 수 있다”며 명확하다고 판단했지만, 손 회장을 승소 판결한 같은 법원 행정 11부는 “법령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에 관한 시각도 엇갈렸다. 행정 5부는 “실효성이 없다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통제기준이 제 역할을 못했다면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반면 손 회장 재판부는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금융사를 제재할 순 없다”며 소극적으로 법을 해석했다.

함 부회장이 패소한 또 하나의 이유로는 하나은행의 불완전 판매 인정 규모가 크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하나은행 계좌 886건(1837억원)이 불완전 판매됐다는 금융감독원 판단을 받아들였다. 문제의 DLF를 판 자산 관리사(PB)들은 해당 상품의 기초 자산을 혼동한 채 고객에게 설명하는 등 불완전 판매 수준이 심각했다고 봤다.

재판부가 비판 여론을 수용해 법리를 유연하게 해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 회장 승소 판결 이후 시민 단체 등에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만 있고 준수 의무는 없다는 말은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하나은행은 판결에 불복, 상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역시 1심 판결을 근거로 제재를 확정할 지, 2심까지 지켜볼 지 고심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 검토한 뒤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