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뮤지션 되는 게 꿈… 노력하는 것 외엔 방법 없죠”

입력 2022-03-16 04:05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임동혁은 20주년을 맞아 음반을 발표하는 한편 전국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크레디아뮤직앤아티스트

“어릴 땐 콩쿠르 입상이 목표였지만 나이를 먹은 지금은 더 나은 뮤지션이 되는 게 꿈이에요. 그러려면 저 자신이 녹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38)은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임동혁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면서 “기억력과 신체능력 퇴화 등 노쇠는 숙명인 만큼 연주자로서 이를 의식하고 연주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쓴다”고 말했다.

7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임동혁은 19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1년 롱티보 콩쿠르에선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EMI(현 워너클래식)에서 데뷔 음반을 발매하고 LG아트센터에서 국내 무대에 데뷔했다. 단숨에 국내 공연계의 스타로 부상한 그는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2005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한국인 최초 입상(형 임동민과 공동 3위), 2007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4위 등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에서 모두 입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편파 판정’이라며 수상을 거부해 세계 음악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2003년 당시로 돌아간다면 (수상 거부를) 안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면서 “여왕이 주는 상을 거부한 음악가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게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지난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것으로 술과 담배를 꼽았다.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제 끊을 수도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피아노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음악을 사랑하면서 배우려는 열망이 넘친 것은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그는 슈베르트가 생애 마지막 해에 작곡한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 중 20번 A장조와 21번 B플랫장조를 녹음한 6집 앨범을 지난 10일 발표했다. 18일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6월 1일까지 ‘임동혁 리사이틀-슈베르트를 위하여’라는 타이틀로 성남, 울산, 인천 등 전국 투어에 나선다. 5월 24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그는 “정성을 들여 앨범을 만들었다. 완벽한 버전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부끄럽지 않은 녹음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고 피력했다.

오랜 시간 피아노를 쳤지만 무대에 서는 건 지금도 어렵다. 그는 “무대공포증이 심하다. 예민한 성격도 한몫하는데, 무대에서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할 거라는 두려움이 크다”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연습밖에 없는 것 같다. 두려움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지만, 무대 위에서 실패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매일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때보다 지금 더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