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소득 1.5배 늘 동안 빚은 4.3배로

입력 2022-03-16 04:05
연합뉴스TV 제공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청년도약계좌’에 기대감을 표현하는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소득이 있는 19~34세 청년은 누구나 본인 돈과 정부 지원금을 합쳐 매월 최대 70만씩 저축하면 연 3.5% 이자를 보태 10년 뒤 1억원을 쥘 수 있다 해서 ‘청년 1억 통장’으로도 불린다.

한국은행이 15일 펴낸 ‘MZ세대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엔 젊은이들이 1억원 통장에 환호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MZ세대는 밀레니얼세대인 1980~94년생과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를 지칭한다. 한은은 MZ세대의 소득과 자산 부채 등의 상황을 X세대(1965~1979년생) 베이비부머세대(1955~1964년생)의 20여년 전과 비교해 왜 이들이 계층사다리를 뛰어넘을 수 없는지를 분석했다.

2018년 현재 MZ세대(결혼한 상용직 남성 가구주 기준)의 연간 총소득은 2000년의 동일 연령대(1962~1977년생)보다는 1.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주로 2005년 동일 연령대 대비 2.1배인 이전소득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를 제외한 총소득은 실제로는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2000년 동일 연령대의 근로소득과 비교해 1.4배 높아졌으나 X세대 1.5배, 베이비부머세대 1.6배에 비해 증가폭이 작았다. 금융자산은 2012년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일부(1.3배 수준) 높아지기도 했으나 전 기간(2001~2018년)을 보면 증가폭이 거의 정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청년기에 경제위기 등 불황을 겪은 세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불황 코호트(cohort)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동일 연령대 대비 임금이 1.07배 수준에 그쳐 2018년 X세대(1.08배 수준) 베이비부머(1.2배 수준)에 비해 작았다.

소득과 금융자산은 이전 세대보다 덜 느는 대신 빚은 쌓이고 있다. 총부채는 2018년 MZ세대가 2000년 같은 연령대의 4.3배에 이르러 X세대(2.4배) 베이비부머(1.8배)를 크게 웃돌았다. 주택 마련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끌어다 쓴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MZ세대가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비율은 34.4%로, X세대(32.1%)와 베이비부머(19.6%)에 비해 높았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