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尹, 국민 마음 움직일 통합의 메시지 내놓기를

입력 2022-03-16 04:05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늘 만난다. 대선 이후 첫 회동이다. 배석자 없이 오찬을 겸해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부의 인수인계를 앞두고 당연히 이뤄지는 절차이지만,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는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이 발탁한 검찰총장이면서 문 대통령에 맞선 검찰총장이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정치에 뛰어들었고 정권교체를 기치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선거 과정에서 현 정부를 공격하는 윤 당선인에게 문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하는 등 문재인 대 윤석열의 대결로 비치는 상황도 빚어졌다. 앙금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제 그것을 털어버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마주하게 됐다.

여러 사안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고조되는 북한의 도발,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외교와 경제 문제, 고비를 맞은 코로나 방역까지 현안이 산적해 있다.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막바지 낙하산 인사 문제를 비롯해 조율해야 할 사안도 많다. 정권교체기의 국정에 허점과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진솔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기 바란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런 기능적인 목적에 만족한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대통령과 당선인이 회동을 통해 국민에게 발신하는 메시지는 대선 과정에서 민낯을 드러낸 우리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치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선거 이후 문 대통령은 “국민 통합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고, 윤 당선인도 통합을 전면에 앞세워 왔다. 진보와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자리에 선 두 사람은 이런 말이 실천에 옮겨지도록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윤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을 위한 조치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마음을 열고 머리를 맞댄다면 훨씬 효과적인 통합의 메시지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새로운 시작에 힘을 더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