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첫 공판에서 “당시 만취 상태로 사물 변별 능력이 극히 미약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재판장 조승우)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는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고 밀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사건 발생 1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법정 피고인석에 섰다.
이 전 차관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자신이 어디 있었는지, 상대방이 누구인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차량이 운행 중이었는지도 인식 못 할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택시 기사를 때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술에 취한 탓에 상대가 운전자인지 몰랐고 우발적 폭행이었다는 얘기다.
변호인은 이 전 차관이 택시 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찍힌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선 “기사가 영상을 지운 이유는 자발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며 “이 전 차관의 행위는 실패한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 사건은 당초 경찰에서 피해자인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됐다. 그러나 이 전 차관이 2020년 말 차관으로 내정된 뒤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다.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단순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 종결한 혐의(특수직무유기)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전직 서초경찰서 경찰관(경사) 측도 이날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