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목회자 A씨(40)는 2010년 2월 한국에 들어와 그해 7월부터 한국교회에서 일했다. A씨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2년간 한국교회에서 경험한 차별과 편견에 대해 들려줬는데, 가령 한국인 목회자 사이에서 통용되는 ‘선후배 문화’가 외국인 사역자에겐 적용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는 “한국인 선배 목회자는 군림하려고 들었고 후배 목회자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나를 선배라 여기지 않았다”며 “자주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질 낮은 음식이 나오면 목회자들은 ‘이거 중국산 아니냐’고 말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교회는 회사 같을 때가 많습니다. 보고 체계를 지켜야 하고 간단한 일도 윗선의 허락을 맡아야 합니다. 철저하게 계급화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문화에 서툰 외국인 사역자로서는 이런 한국교회에서 사역하며 크고 작은 문화적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A씨처럼 한국교회에서 차별과 편견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외국인 사역자는 한두 명이 아니다. 호프선교회 윤사랑 선교사가 최근 학술지 ‘신앙과 학문’에 발표한 ‘한국교회 외국인 사역자의 스트레스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만 봐도 알 수 있다. 논문엔 한국교회를 2년 이상 경험한 외국인 사역자 6명의 이야기가 담겼는데 비중 있게 다뤄지는 내용은 ‘관계적 스트레스’와 ‘사역적 스트레스’다.
논문에 따르면 외국인 사역자들은 교회에서 눈길이 쏠리는 존재인 탓에 시종일관 온갖 간섭과 평가에 시달린다. B씨는 “(한국문화를 모르고) 농담을 했는데 그 사람이 ‘나한테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화를 냈다. 그때부터 조심스러워져서 나이 많은 사람과는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C씨는 “한국어가 서툰 상황에서 한국어 설교를 시켜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설교를 하는데 (교인들이 그 내용을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좀 당황스러웠어요. 설교하는 도중에 (그런 모습을 보면 성도들이 저를) 너무 안 믿어주는 느낌이 들곤 했어요.” 이 밖에도 논문에는 외국인 사역자들이 전하는 이들의 현실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한국교회에서 외국인 사역자는) 언제나 평가의 대상이 되기에 ‘오픈 북’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성과 위주의 사역 탓에 좌절감을 맛보곤 했다” “한국교회에서 사역하면서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여성 사역자는) 시집이나 가지 뭐 하러 신학을 공부하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외국인 사역자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바뀌고 있어서다.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2007년 100만명을 돌파한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9년엔 25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탓에 그 수가 지난 3년 사이 200만명 아래로 급감하긴 했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면 다시 급증할 게 불문가지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면 저출산 문제에 따른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이민 장벽을 낮출 것이란 전망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사역자는 이주민의 언어와 문화를 체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주민 선교의 첨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외국인 사역자 현황도 정확히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윤 선교사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SNS 연락망을 통해 국내 외국인 사역자 통계를 대략적으로 조사했는데, 주요 8개국 사역자 연락망에 각각 소속된 사역자는 총 473명이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주민 300만 시대’가 곧 도래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외국인 사역자 육성에 관심을 쏟을 것을 당부했다. 정노화 한국이주민선교연합회 공동대표는 “외국인 사역자를 동등한 구성원으로 교단과 교회가 품어줄 수 있어야 한다”며 “외국인 사역자가 교회를 세웠을 때 기존의 한국교회가 이들 교회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선교사는 “외국인 사역자는 이주민 선교에 있어 최고의 사역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이들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상당수가 이들을 ‘파트타임’(시간제)으로 고용하는 등 제대로 된 대접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한국인 목회자와 동등하게 대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