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오수 총장 자진사퇴 언급한 권성동, 매우 부적절하다

입력 2022-03-16 04:03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어제 라디오 방송에서 김오수 검찰총장 진퇴 문제를 거론했다. ‘김 총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다. 비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의중과 상관없는 사견이라고 토를 달긴 했지만 이른바 윤핵관의 핵관으로 불리는 그의 위상을 감안할 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권 의원은 검찰의 대장동·백현동 수사 상황을 지적하며 김 총장의 거취를 언급했다. 검찰이 지금까지 수사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총장 본인의 처지와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각오와 자신, 의지가 있으면 임기를 채우는 것이고 지금까지와 같은 행태를 반복할 거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했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권에 충성하면 임기를 보장하겠지만 아니면 알아서 물러나라는 통첩으로 읽힌다. 벌써 차기 권력의 오만함이 엿보인다.

검찰총장은 임기제 공무원이다. 검찰총장 임기를 법에 규정한 취지는 권력의 입맛에 따라 함부로 해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 규정이 형해화되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설 자리를 잃는다. 윤 당선인 본인이 문재인정부와 각을 세우며 검찰총장 임기를 끝까지 지키려했던 것도 이 때문 아니었나. 결과적으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으나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의 시작이 여기라는데는 이론이 거의 없다. 이랬던 윤 당선인 측의 검찰총장 사퇴를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는 심각한 자기부정이자 내로남불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를 언급한 자체부터 매우 부적절하다.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일성이 무색하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마음대로 하겠다는 인식과 사고, 이런 게 점령군의 행태다. 이러라고 유권자가 표를 준 게 아니다. 인사문제는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 무리하게 검찰총장을 길들이려다 대선 패배의 단초를 제공한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말이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1988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22명(김오수 제외) 총장 가운데 임기를 채운 이는 8명에 불과하다. 본래 취지와 다르게 검찰총장 인사가 그만큼 외풍에 흔들렸다는 방증이다. 김 총장 임기를 존중하는 게 법 취지에 부합한다. 그러나 정권교체기 검찰총장은 거의 예외 없이 스스로 물러났다. 심지어 정권 재창출 때도 전례가 있다. 전례를 따를지 여부는 오롯이 김 총장의 몫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