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같은 X… 나중에 XX서 일할 것 욕설·성희롱 선생님을 고발합니다”

입력 2022-03-16 04:07
학생단체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사단법인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은 15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여고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문정임 기자

제주의 한 사립여고에서 교사들의 욕설과 폭언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며 졸업생들이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학생단체 제주학생인권조례 TF팀과 사단법인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은 15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제주여고 올해 졸업생을 대상으로 지난 1월 진행한 인권침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졸업생(347명)의 25%가 넘는 87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57.5%가 학교생활 중 교사로부터 욕설과 비방 등 폭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기술한 폭언 사례에는 ‘거지같은 X’ ‘XXX들 또 지랄이네’ ‘저런 애들은 나중에 술집에서 일한다’ 같은 욕설과 막말이 다수 포함됐다. 또 ‘그냥 남자를 잘 만나, 그게 최고야’ ‘왜 이제야 상담하러 오는 거야, 전문대면서’ 등 성별이나 성적에 따른 비하 발언도 있었다.

한 학생은 “교무실에서 교사가 큰 목소리로 욕을 했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응답자의 10%는 ‘학교에서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상담시 다리나 어깨를 쓰다듬었다는 대답이 많았다. ‘교사가 학생들의 개인정보(성적, 부모 등)를 유출해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했다’는 응답도 23%에 달했다.

‘학교에 항의했을 때 학교 책임자의 반응은 어땠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36%)가 가장 많았다.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응답은 6%였다. 한 학생은 교사로부터 ‘생활부는 신경 안 쓰냐며 참으라고 했다’고 기술했다.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은 “이번 조사 결과는 모두 학생들의 증언으로 사실일 개연성이 매우 크다”며 “폭언은 일부 교사들로부터 시작됐지만 교사들 사이에 이미 관성화됐다는 점, 여고 교사들의 성평등인식이 낮다는 점, 교육적 권리가 학생 통제에 사용된다는 점 등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항의에도 학교 측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제주도교육청에 면밀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여고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극소수 일부 교사 때문에 상처받은 학생도 피해자이지만 아무 잘못 없이 열심히 살아온 선생님들도 피해자”라며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조사 방식과 범위를 결정해 조만간 해당 학교에 대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