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성경공부하고 가상의 교회 공간서 교제 나눈다

입력 2022-03-16 03:07
성경은 교회와 기독교인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마 5:13~16)이라고 했다. 가상공간인 메타(Meta)와 현실 세계인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성경 속 세상이 지금은 어디인가를 묻고 있다. 코로나19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고민의 시간을 앞당겼다. 한국교회는 메타버스 사역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효과도 보고 있다. 풀어야 할 과제도 생겼다. 가상공간의 이해가 부족한 중장년층 유입을 유도해야 하고 서버 불안정 등 기술적 보완도 필요하다.

효과를 경험하다
우리들교회가 지난달 11일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한 큐티페스티벌 현장. 국민일보DB

한국대학생선교회(CCC)는 지난 1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활용해 온라인 선교캠프를 진행했다. CCC가 메타버스를 활용한 것은 지난해 여름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에서도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며 사역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경험치가 쌓이면서 사용은 익숙해졌고 선교캠프 내용도 풍성해졌다. 해외 선교지별로 가상 섬과 선박을 만들어 청년들은 항해하듯 섬과 섬을 오갔다. 일본에서 북아메리카 최남단 파나마공화국까지 가는데 5분이면 됐다.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는 지난달 청년 큐티페스티벌(큐페)과 청소년 큐페를 게더타운에서 열었다. 청년과 청소년들은 페스티벌 기간에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교회에서 알려준 링크로 접속, 우리들교회에 들어갔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예배와 소그룹 모임만 하는 게 아니라 말씀을 근거로 만든 게임도 진행했다.

캐릭터를 만든 참석자들은 가상 공간 속 교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느꼈다. 우리들교회는 최대한 교회에 온 느낌이 들도록 실제에 가깝게 가상공간을 제작했다. 행사가 끝난 직후 청년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처음이라 다소 어렵기는 했지만 신기했다” “교회에 있는 기분이었다” 등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오륜교회(김은호 목사)도 메타버스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방향은 세 가지로 잡았다. 메타버스 사역 담당 주경훈 목사는 “게임으로 성경을 공부하고 가상의 교회 공간에서 성도들이 모이고자 한다”며 “그래픽이나 디자인 등 가상공간 제작 기술이 부족해 메타버스 사역이 어려운 미자립교회나 개척교회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도 만들어 제공하려고 한다”고 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사역 방향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게임은 3D게임을 만들 수 있는 ‘로블록스’가 용이하다. 교회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3D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제페토’가 맞다. 수련회 등은 2D 그래픽이지만 대규모 인원이 모일 수 있는 ‘게더타운’이나 ‘잽’이 쉽다.

메타버스, 부정적 시각에도 활용 가치 높아
기술과학전문인선교회가 지난해 12월 2일 온라인 줌으로 진행한 ITMC2021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구현한 ITMC월드 모습. 국민일보DB

기술과학전문인선교회(FMnC) 전생명 선교사는 메타버스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이전에도 온라인 게임, 싸이월드 등을 통해 비슷한 형태의 메타버스가 있었는데 최근 주목을 받게 됐다”며 “기업도 메타버스에 어마어마하게 투자하고 있다. 교회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

메타버스의 활용도는 전도와 선교 영역에서 높을 것으로 봤다. 전 선교사는 “복음을 증거하는 게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그러려면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하는데 그곳이 바로 온라인”이라고 했다.

메타버스는 성도들의 교회 행사 참여를 높이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우리들교회 청년부 총괄디렉터 정지훈 목사는 “큐페까지 시간이 촉박했는데 온라인 네이티브인 청년 중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름 만에 만드는 걸 보고 놀랐다”면서 “메타버스는 청년들이 사역의 자리로 들어오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가 예배의 경건함을 해친다는 비판적 시각은 해소해야 할 과제다. 전 선교사는 “본당에서 예배를 안 드리고 교육관에서 영상을 보며 예배하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며 되물었다.

온라인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끌어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들교회 큐페 참석자 김은실씨는 “집에서 큐페 메타버스에 접속했는데 이를 본 부모님이 신기해했다”면서 “사용에 어려움이 많지 않아 부모님 세대까지 전 연령대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들교회가 큐페를 열기 전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공유한 매뉴얼은 눈여겨볼 만하다. 게더타운의 접속부터 활용 방법까지 상세하게 안내했다.

전 선교사는 기술이 부족한 작은 교회들이 메타버스 사역에 소외될 수 있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오히려 작은 교회들이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 크기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며 “100명, 200명이 모일 수 있는 이프랜드나 게더타운과 달리 제페토는 동시에 16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륜교회처럼 제작 능력이 있는 대형교회가 미자립교회나 개척교회를 위해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FMnC가 제페토에 만든 ITMC월드는 지난해 포럼을 위해 구성했지만 이후 찬양예배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 선교사는 “인터넷 세상에 처음 들어갔을 때 첫 선교지였던 우즈베키스탄에 갔을 때 느낌이 떠올랐다. 할 수 있는 게 없어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것과 다를 게 없었다”면서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메타버스를 목회나 선교 사역의 도구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