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리포트] AI·반도체·바이오… 미래 핵심기술 바탕 ‘스마트 신산업’ 키운다

입력 2022-03-15 21:08 수정 2022-03-16 15:22
울산시 두암동에 위치한 UNIST 인공지능혁신파크. 부울경 지역 산업체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 과정에는 총 73개 기업, 118명의 재직자가 참여했다. UNIST 제공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 수도 울산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울산 남구 두왕동에 위치한 UNIST 인공지능혁신파크는 AI 전문인력 양성을 담당하고 있다. 울산과 부산경남 지역 산업체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 과정을 운영 중이다. 이론교육과 함께 현장의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해결하는 실습과정을 진행한다.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 과정에는 현재까지 총 73개 기업, 118명의 재직자가 참여했다. 참여자 중 88%는 중견,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소속이었다.

산업체가 당면한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해결하는 프로젝트 방식의 교육은 현장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1, 2기 교육을 통해 수행한 20개 프로젝트 중 상당수는 실제 공정개선, 효율성 증대, 원가절감 등의 효과를 거두며 참여 기업체의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혁신파크는 교육 프로그램 이외에도 산학공동 연구프로젝트 7건을 수행하고 있으며, 14개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입주 기업으로 선정해 보육하는 등 울산 지역의 인공지능 혁신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심재영 인공지능혁신파크 사업단장은 14일 “인공지능혁신파크의 주요 추진사업들은 울산 제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의 효과를 체험하고, 혁신을 추진할 디딤돌이 되고 있다”며 “인공지능 혁신에 목말랐던 지역 산업체들의 관심과 참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혁신파크가 제조업 전반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면, 지난해 9월 개원한 UNIST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은 울산 지역 정밀화학업계와 연계한 반도체 소재 산업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UNIST 연구지원본부의 첨단 연구설비가 반도체에 적용될 정밀소재의 제작과 평가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11개 기업이 공정 및 분석지원을 받으며 협력하고 있다.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은 국내 최초의 반도체소재, 부품, 장비 분야 대학원이다. 매 학기 20명 내외의 신입생을 선발해 울산 지역에서 시작될 반도체 산업의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은 반도체 분야 첨단 이론교육을 듣는 것은 물론 반도체 산업계와 밀접하계 연계한 산학협력 과제에 직접 참여하며 실무경험을 기르고 있다. UNIST는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고급인재를 육성하는 동시에 지역산업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첫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UNIST 제공
바이오메디컬 분야 신산업 창출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는 울산시와 함께 ‘게놈 만명 프로젝트’를 진행해 정밀의료산업 육성의 밑바탕을 마련해왔다. 2021년 4월 1만명 게놈 해독을 완료했다. 울산이 게놈서비스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관련 연구개발과 산학협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게놈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UNIST 1호 벤처기업 ‘클리노믹스’가 코스닥에 상장된 것이 대표적인 성과다. 최근 울산에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 저장, 처리할 수 있는 바이오데이터팜이 구축되면서 바이오헬스 산업의 저변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UNIST는 게놈 뿐 아니라 스마트 의료 전반의 연구개발을 확대하기 위해 스마트 헬스케어 연구센터를 개소하고 관련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산업재해에 특화된 진단, 치료, 재활기술 분야에서의 융합연구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들 분야에서의 공동연구 추진을 위해 LG유플러스, 연세의료원 등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연구센터는 향후 개원할 울산산재공공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울산에서 글로벌 수준의 재활, 재생 분야 신산업을 발굴해나갈 방침이다.

UNIST는 또 지난달 탄소중립융합원을 출범시켰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탄소중립 분야를 이끌 핵심 기관이다. 이곳에서는 차세대 에너지, 탄소 포집·활용, 기후환경 및 탄소중립 정책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인재 육성과 연구개발을 주도한다.

탄소중립융합원은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2학기에 출범한다. 탄소중립과 관련한 전문인력 양성, 최첨단 연구, 실증화 기반 마련 등을 주도할 예정이다. 융합원은 탄소중립 학사과정을 비롯해 대학원 과정, 기술 정책대학원, 실증화연구센터로 운영된다.

탄소중립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 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21개국은 2016년 파리협정 이후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탄소중립 계획을 처음 천명했다.

우리나라 산업 수도인 울산은 탄소중립 계획에 따라 빠른 변화를 요구받는 도시 중 하나다. 자동차와 조선 관련 기업들이 대거 몰려있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유화학 기업체도 밀집해 있다. 울산은 지난해 9월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9번째로 세계경제포럼(WEF)의 ‘제조혁신 허브’에 선정됐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세계 10위권의 젊은 대학으로 평가받는 UNIST는 국내 최고 수준의 R&D 거점으로서 울산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고자 한다”며 “인공지능, 반도체, 의생명과학 등 미래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신산업을 육성해 나간다면 산업수도 울산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UNIST 총장
“제조업 혁신의 핵심 키워드는 탄소중립”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울산의 전통 제조업 혁신을 이끌겠습니다."


UNIST는 2019년 11월 이용훈(사진) 총장 부임 이후 대한민국 산업 수도로 불리는 울산의 전통 제조업 혁신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총장은 부임 직후부터 AI 분야에 집중했다. 이 총장은 이동통신과 AI 분야 전문가로 서울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관련 분야 교수진을 직접 모집해 2020년 9월에는 인공지능대학원을 개원해 AI 연구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최초로 반도체 소재부품대학원을 만들었고 올 2월에는 국내 첫 탄소중립융합원도 만들었다.

이 총장이 부임한 뒤 2년간 UNIST는 정부의 정책 트렌드나 현안을 따라가는 반응성이 매우 빠른 연구중심 대학으로 변모했다.

이 총장은 14일 국민일보와 만남에서 남은 2년의 임기 중 집중할 계획을 소개했다. 이 총장은 "UNIST가 양성한 고급인력과 최신기술을 산업단지에 적용, 울산과 동남권 제조업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탄소 중립경제로의 국제무역질서 변화는 커다란 위기이자 기회"라며 제조업 혁신의 핵심 키워드로 '탄소중립'을 강조했다. 탄소중립이 전세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리더 자리는 아직 비어 있으며 한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UNIST가 핵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2016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전 세계 100여개국이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했다. 울산은 빠른 변화를 요구받는 도시 중 하나다. 이 총장은 "탄소중립을 실현할 핵심기술을 확보한 나라와 기업이 아직 없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만 한다면 한국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울산은 AI와 탄소중립 중심의 제조혁신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도시"라고 기다. 탄소중립융합원은 탄소중립 관련 고급 인력 양성과 최첨단 연구, 실증화 기반 마련 등을 위한 전초기지다.

이 총장은 "최근 과학고들과 연계해 고등학생이 대학의 연구나 실험을 미리 경험하고 참여할하는 프로그램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