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윤석열정부가 강경한 대북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대북선교단체들은 정권과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을 향한 지원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단체들은 국경이 열릴 것을 기대하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일 당선 인사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외교 역량을 강화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어떤 도발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할 것”이라며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 두겠다”고 밝혔다. 그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주창해온 문재인정부와는 사뭇 다른 기조다.
허문영 평화한국 대표는 14일 “윤 당선인이 최근 발표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조직에서 ‘통일’ 분과가 빠졌다. 혹 당선인이 통일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당선인이 강조하는 한미동맹도 의미가 있지만 잘못하면 북한 중국 러시아의 삼각 동맹을 강화해 신냉전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국방력 강화에만 치우치다가 반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 통일학자들은 새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삶을 유지하는 일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인섭 기독교통일학회 회장은 “현재 북한은 코로나로 장마당이 서지 못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치와 별개로 북한 주민들을 돕는 문제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면서 남한에서 오는 물품을 받지 않고 있다. 국내 대다수 구호단체도 최근 2년간 북한과 교류가 없는 상황이다. 김혜영 월드비전 북한사업실 팀장은 “2019년 10월 북한에 밀가루와 콩가루 등을 보낸 게 마지막이었다. 지금은 북한 소식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들의 필요를 알아보고 있다”며 “아무래도 식량과 의약품이 부족할 것이라고 본다. 사람과 물자가 함께 들어갈 경우, 물자만 들어갈 수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와 ㈔한반도평화통일재단도 중단된 평양심장병원의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10월 의료장비와 건축자재 등 1200여개 물품을 북한에 보낼 수 있도록 승인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국경 봉쇄가 풀리는 대로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단체들은 북한을 향한 한국교회의 사랑과 기도를 부탁했다. 북한선교 특성상 진행 상황을 수시로 알릴 수 없는 데다 코로나로 교회 재정과 성도들의 삶이 어려워지면서 북한을 향한 후원이 줄어든 경우가 많다. 정석진 샘복지재단 본부장은 “북한과의 교류가 언제 재개될지 모른다. 단체들이 북한 사역의 동력을 잃지 않도록 한국교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화종부 남북나눔 이사장은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일 때는 샛강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교회가 그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교회와 민간단체들이 창의성을 가지고 사역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
박용미 임보혁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