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시험발사 준비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당장 이번 주가 발사 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르면 이번 주 초반 신형 ICBM 성능 테스트를 위한 실거리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를 정밀 감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4일 북한의 ICBM 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한·미 정보 당국은 추가 발사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미 공군 통신감청 정찰기 RC-135V(리벳 조인트)가 서해와 수도권 일대 상공에서 대북 정찰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순안비행장에서 신형 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 당초 한·미 당국은 미사일의 비행거리와 고도 등을 근거로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추정했다가 이후 정밀 분석을 통해 ‘화성-17형의 동체를 이용한 성능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2020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화성-17형은 화성-15형보다 커진 데다 여러 장소에 동시 타격이 가능한 다탄두(MIRV) 형태를 지녀 ‘괴물 ICBM’으로 불린다. 최대 사거리는 1만3000㎞ 이상으로 추정돼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정찰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한 데 이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시설 확장을 지시하는 등 연일 ICBM 발사 관련 행보에 나서고 있다. 2018년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일부를 복구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와 관련해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의 전반적 활동과 주요 시설 및 주변 지역에 대해선 한·미 정보 당국이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소식통은 “언제 미사일을 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추가 발사가 임박해 있다고 본다”며 “당국이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한 분석을 이례적으로 발표하고, 추가 발사 가능성을 사전에 언급하는 것은 대북 경고의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내부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ICBM 기술력 완성에 초점을 맞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화 재개를 목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는 ‘벼랑 끝 전술’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내부 정치 일정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부 요인이 더 고려 대상일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쏠린 틈을 타 제재를 피하고 ICBM 기술력을 완성하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 시기에 대해선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며 “날짜는 유동적이라 확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