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여름 비빔면’ 시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40년 가까이 1위를 지키고 있는 팔도를 무너뜨리기 위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은 ‘대용량’ ‘소스 업그레이드’ 등의 승부수를 띄웠다. 팔도는 ‘맵지 않은 비빔면’을 선보이며 수성에 돌입했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비빔면 시장은 2015년 757억원 규모에서 2020년 1400억원으로 성장했다. 전체 라면 시장에서 비빔면 비중은 6%(2019년 기준)로 미미하다.
다만 라면 시장은 제자리 걸음인데, 비빔면은 다르다. 라면 시장은 2013년 2조원 돌파 이후 정체돼 있다. 반면 비빔면 시장은 연평균 10%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차갑게 먹는 비빔면은 계절을 타지 않는 음식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에 라면 업체들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월부터 포문을 열었다.
비빔면의 절대 강자는 ‘팔도비빔면’이다. 1984년에 출시된 이후 독주하고 있다. 전성기 시절에 점유율이 80%에 이르기도 했다. 현재는 경쟁사들 공세로 점유율이 55~60%로 줄었다. 팔도는 신제품 ‘꼬들김 비빔면’ ‘꼬간초 비빔면’으로 수성 전략을 짰다. 매운 빨간소스 중심에서 맵지 않은 비빔면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광고모델도 배우 정우성에서 최근 MZ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가수 준호로 바꾸면서 ‘젊은 이미지’를 내세운다.
팔도의 아성이 공고하면서 2위 다툼이 치열하다. 지난해 농심이 내놓은 ‘배홍동비빔면’은 매출 200억원을 넘으며 오뚜기를 제쳤다. 출시 1년 만에 시장 점유율 20%대를 찍었다. 농심은 2020년에 출시했던 ‘칼빔면’을 아예 생산 중단하면서 ‘배홍동’에 집중하고 있다.
3위로 밀려난 오뚜기는 ‘진비빔면’을 리뉴얼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2020년 3월 출시된 진비빔면은 누적 판매량 8200만개를 넘어선 제품이다. 이번 리뉴얼에선 원료에 배, 매실, 무 등을 추가해 소스를 업그레이드했다. 비빔면 한개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중량도 20% 늘렸다. 인기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의 배우들을 모델로 발탁해 신규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달에 신제품 ‘비빔밀면’을 선보였다. 현재 판매하는 국내 비빔면 가운데 가장 양이 많다. 총 158g에 이른다. 면의 양에 맞춰 액상스프도 증량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비빔면 시장은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는 시장”이라며 “신제품 출시 효과가 끝나면서 본격적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