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자본이 시장 교란까지… 니켈 파동 확산 조짐

입력 2022-03-15 04:07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니켈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단기간에 가격이 뛰자 거래를 정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제사회의 대(對) 러시아 제재가 방아쇠를 당겼다. 여기에 중국계 거대자본의 시장 교란이 겹쳤다. 전문가들은 니켈뿐만 아니라 다른 원자재로 가격 급등세가 확산하면서 산업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상황을 우려한다.

14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가격은 t당 10만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4일 t당 2만8700달러, 7일 4만2200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거래일 기준으로 이틀 만에 235%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급기야 LME 측은 니켈 매매를 정지시켰다. 거래 중단조치를 이번 주말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니켈 가격 급등세의 출발점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원자재 공급난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을 붙였다. 러시아는 세계 니켈 공급량의 10%를 차지하는 3위 보유국이다. 러시아 니켈 생산업체 노르니켈은 전 세계 배터리용 니켈의 15~20%를 공급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지자 니켈 가격이 들썩인 것이다.

중국계 자본의 시장 교란은 여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블룸버그는 정보통을 인용해 중국 칭산그룹의 시앙광다 회장을 지목했다. 칭산그룹은 지난해부터 니켈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걸었다. 하지만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숏커버링(공매도 상환)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전해진다. 칭산그룹은 숏커버링으로 7일에만 최소 20억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칭산그룹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현물을 사들이면서 니켈 가격에 추가 상승탄력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더 큰 문제는 가격 고공비행이 니켈만의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다. 리튬, 알루미늄 등의 핵심 소재들도 상승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리튬 가격은 ㎏당 9만957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날(1만5565원)보다 약 600% 올랐다. 최근 3개월 간 230% 상승했다. 알루미늄 가격은 3개월 전(지난해 12월 초) t당 2625달러에서 이달 7일 3984.5달러까지 뛰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세의 장기화를 우려한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 당분간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진단한 뒤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 원자재를 활용해서 생산하는 제조업이 많고 소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의 경우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해외지사를 통해 원자재를 발 빠르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원자재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