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러시아 사상 첫 국가 부도 선언하나

입력 2022-03-15 04:0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러시아가 16일 100여년 만에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 붕괴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16일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1700만 달러(1445억원) 규모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미 시사했고, 설령 지급하더라도 달러화가 아닌 루블화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통신은 이미 가치가 폭락해 휴지조각이 된 루블화로 지급한다는 것은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실제 디폴트가 되면 이는 1917년 볼셰비키혁명 이후 러시아의 첫 국제 디폴트가 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현실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채무불이행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접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서방의 대러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매우 혹독한 영향을 미쳤다”며 “러시아에서 극심한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또 “코로나19 경제 위기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이웃 국가들과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에 더 많이 의존하는 국가가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에도 경제 제재의 여파가 오래돼 러시아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러시아 퇴출 목소리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면서 애플, 비자, 맥도날드, 디즈니, 코카콜라 등 300개 이상의 다국적기업이 러시아 내 사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중단했다.

에드워드 알든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더 가난해지고, 기술적으로 뒤떨어져 시민의 선택지가 줄어들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될 일”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대응해 외국기업 자산 압류, 특허권과 상표권 도용 허용 등을 추진 중이다. 더힐은 “러시아는 이미 서방 기업들로부터 임대한 수백대의 비행기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며 “포드, 제너럴모터스, 폭스바겐, 도요타 등이 소유한 자동차 공장과 엑손모빌, BP 등이 소유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프로젝트를 양수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검찰이 지난주 맥도날드 등 기업에 (압류) 경고문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반시장적 조치가 오히려 러시아에 영구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투자가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