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는 지금 강도 만난 이웃입니다”

입력 2022-03-15 03:03
전쟁으로 일시 귀국한 선교사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함께 울자고 말했다. 조영연(위쪽 사진), 김종홍 선교사 가족. 사진=신석현,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 제공

러시아 침공에 일시 귀국한 우크라이나 한국 선교사들이 고통 중에 있는 현지인 성도를 향해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지난달 말 입국했던 조영연(50) 선교사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인터뷰를 갖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데 도저히 마음 편히 한국에 있을 수가 없다”며 “다음 주쯤 혼자 헝가리로 들어가 우크라이나에서 나오는 피란민들을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사역한 조 선교사는 키이우(키예프)에서 주중에는 우크라이나 청소년 120여명을 대상으로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주일에는 성도 20여명과 예배를 드렸다. 그는 “아무리 쓸고 닦아도 바퀴벌레가 나오는 낡고 오래된 교회였지만 지금 이 순간 그곳이 가장 그립다”고 했다.

조 선교사는 전쟁 소식을 들으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는 “안전한 한국에 와서 인천의 숙소에서 아내, 딸과 같이 지내는데도 잠들 때마다 무섭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돕기 위해 다시 짐을 싸고 있다. 조 선교사는 “현지에 필요한 약품과 생활필수품 등을 준비해 현장에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 속에서 주님의 소망을 붙잡길 기도한다”고 했다. 조 선교사는 하나님이 그를 우크라이나로 부르셨다고 믿는다.

조 선교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길 바랐다. 그는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우크라이나 사태를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 이들을 보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며 “하나님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라고 하셨다. 이웃의 아픔에 대해 진실하게 기도하고 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종홍(48) 선교사와 그의 아내 윤민정(46) 사모도 인터뷰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두 사람은 전쟁을 피해 지난달 21일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현지 성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웨슬리선교관(관장 이상윤 목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 시간으로 새벽인) 매일 낮 1시30분이면 줌(zoom)을 통해 현지인들과 온라인으로 새벽 기도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떠난 뒤 한동안 마음을 다잡기 힘들더군요. 그동안 쌓았던 모든 게 무너진 느낌이었어요.”(김 선교사) “우리 가족만 한국으로 피신해야 했을 땐 죄를 짓는 기분이었어요. 뉴스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정말 무섭더군요. 어르신들한테 당분간 건강만 챙기라고, 우리는 곧 돌아올 거라고 인사를 했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요.”(윤 사모)

2005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선교사로 첫발을 내디뎠던 김 선교사는 2014년 우크라이나로 선교지를 옮겼다. 그가 아내와 함께 둥지를 튼 지역은 남부 항구 도시인 오데사. 부부는 이곳에 ‘아둘람 사랑의교회’를 세우고 주로 고려인을 상대로 복음을 전했다.

하지만 전쟁은 이들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부부는 지난달 13일 주일 예배를 마치고 성도들과 눈물의 작별인사를 나눴다. 가방 2개만 챙겨 국경을 넘어 몰도바로 갔다가 터키를 거쳐 귀국했다. 윤 사모는 “피란민이 몰리는 국가 가운데 몰도바는 난민 시설이 열악하고 지원도 미미한 편”이라며 “몰도바로 향한 난민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강주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