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당선인… 경찰, 수사 종결권 무력화 우려

입력 2022-03-15 00:03
국민DB

26년 검사 경력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 운영의 키를 쥐게 되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한 조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에 손을 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상대적으로 검찰 권한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경찰에서는 당장 경찰의 수사 종결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2차 재수사 후 불송치 결정한 사건에 대한 송치 요구’ 등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한 경찰 간부는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도 하고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송치를 요구한다면 경찰 수사 종결권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냐”며 “수사권 조정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했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지난해 1차적인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다. 수사를 마친 뒤 무혐의로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한다. 또 검찰로 송치된 사건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가 필요한 경우 경찰이 보완 수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윤 당선인 공약 내용대로라면 사건 종결과 보완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개입할 여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 현행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검찰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현행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정면으로 수정하기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다.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형사소송법 등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개정하기 어렵다. 윤 당선인도 후보 시절 전직 경찰관 단체와 만나 “‘수사권 조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도록 저도 역할을 많이 했다”며 변화 폭이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윤 당선인이 법 개정 사안이 아닌 수사준칙(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등 대통령령을 개정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에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 직접 수사가 확대된다면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준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검찰 출신 대통령이 검찰 권한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검찰 이기주의’ ‘제 식구 챙기기’라는 국민의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당선인이 현행 수사 체제의 큰 틀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만큼 수사권 조정에 준하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실무 단계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