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약세장에 접어든 금융시장이 하루에도 2% 넘게 등락을 거듭하며 극도로 출렁이고 있다. 전쟁이나 물가 폭등 같은 연이은 외부 충격에 변동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도 예정돼있다. 롤러코스터 장세에 개미의 매수세는 약해지고 외국인 보유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하루 평균 1.58% 등락률을 기록하며 2600선에서 혼조세다. 코스피는 이날도 0.59% 하락하며 2645.65로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에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3원 오른 1242.30원으로 마감하며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롤러코스터 장세는 지난달부터 이어졌다. 코스피는 지난달 25일부터 연달아 4거래일 급등(3.7%), 이후 3거래일 급락(4.5%)한 뒤 지난 10일에는 2.21%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미국 기술주를 담은 나스닥종합지수의 이번 달 평균 등락률은 1.89%로 변동성이 매우 컸다. 비트코인도 지난 5일간 3만8000달러에서 4만2000달러대 사이를 오가며 급등락세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원재잿값 폭등이 금리 인상으로 위축된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또 다른 위험 요소다. 반대로 양국의 협상이 진전됐다는 소식은 주가지수 급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물가도 시장의 발목을 잡는다. 최근 발표된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일 년 전보다 7.9% 오르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30달러를 돌파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이후 하루 만에 12.1% 급락하는 등 혼전 양상이다. 연준이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어느 정도로 인상하느냐에 따라 시장은 또 한번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시를 뒷받침하던 동학개미들의 매수세는 약발을 다해가고 있다. 주식 매수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63조4200억원으로 지난 1월(70조3400억원)보다 9.8% 줄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하루에 몇 프로씩 움직이는 건가요” “물릴까 겁나서 추가 매수할 수가 없어요”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외국인의 유례없는 매도 행렬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한 요소다. 지난 11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2091조원) 중 외국인 보유량은 666조원(31.86%)에 불과했다. 2016년 2월 11일 기록한 31.77% 이후 6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방극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