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들을 만났다. 당선 이후 첫 외부 일정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위로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윤 당선인은 “여러분께 드린 말씀도 기억하고 있다. 취임하면 속도감 있게 확실히 실천하겠다”며 손실 보상 공약 이행을 재차 다짐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방역지원금을 정부 안(300만원)보다 600만원 추가하는 등 총 50조원의 손실 보상을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10대 공약 중 1번 공약을 ‘코로나 극복 긴급 구조’로 잡을 정도로 코로나 피해 지원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시대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감수했는지는 불문가지다. 따라서 이들에게 보상을 충분하고 신속히 해야 한다는 점에선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대통령은 선거 승리를 위해 뛰던 후보 때와 달라야 한다. 국가 재정 여건, 대내외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공약에 우선 순위를 두거나 취사 선택이 불가피하다. 코로나 보상 역시 공약 당시의 수치에 집착하기보다 이런 틀 안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소상공인 332만명에게 30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는데 10조원 가까운 예산을 썼다. 600만원을 추가하면 어림잡아 20조원이 더 필요하다. 문제는 곳간 사정이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중 국가채무를 400조원 넘게 늘려 나랏빚이 1075조원에 이르고 있다. 당선인 측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복지와 같은 경직성 예산이 상당 부분인 만큼 쉽지 않은 해법이다. 50조원의 손실 보상을 위해 또다시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할 경우 결국 적자 국채 발행으로 국가빚을 대폭 늘려야 할 처지다.
이 밖에 병사 월급 200만원, 1억원 만들기 청년도약계좌 등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공약이 적지 않다.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로 고물가·고환율(원화가치 하락)의 파도가 국내에 몰아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무분별하게 돈이 풀린다면 가계 및 실물 경제에 치명타가 된다. 집권 청사진을 제시할 인수위원회라도 나서서 대선 과정에서의 무리한 공약을 점검하고 걸러줘야 한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면서 실현가능한 것들을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몇가지 선택지들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그런 점에서 다행이다.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거품이 낀 공약에 대해 당선인과 인수위가 국민에게 솔직해져야 할 시간이 왔다.
[사설] 인수위, 무리한 공약 구조조정하고 집권 청사진 제시해야
입력 2022-03-1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