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공격 범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경계 근처까지 확장되면서 서방, 특히 미국과의 직접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 스타리치 지역의 우크라이나군 교육센터와 야보리우 훈련장, 국제평화안보센터(IPSC) 등에 30발 이상 대규모 포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35명이 숨지고 13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 중 IPSC는 폴란드 국경으로부터 약 24㎞ 떨어져 있으며 불과 한 달 전까지 미군과 나토군이 이용한 합동 훈련 시설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미군·나토군 철수 후에는 국제 의용군 병력의 훈련 캠프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렉시 레스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유럽연합(EU)과 나토 국경 인근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테러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공습으로 180명의 용병이 사망하고 대규모 외국 무기가 제거됐다”며 이곳을 ‘용병캠프’로 규정했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서방의 무기가 유입되는 우크라이나의 서쪽 경계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IPSC에서 훈련 중인 병력이 미군이든 자원병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실수로라도 나토 영토를 넘어 공격할 경우 연합군의 전면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군 전범들이 포파스나시에서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제네바 협약이 금지하는 백린탄은 인체에 닿으면 타들어가는 파편을 광범위하게 뿌리는 화학무기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단은 14일 오전 화상으로 4차 회담을 했다. 우크라이나 대표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트위터로 회담 시작을 알리며 “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은 어렵다. 다툼의 이유는 너무 다른 정치 체제”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날 아침에도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아파트 단지를 폭격해 다수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1998~2004년 외무장관을 지낸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국제문제협의회 회장은 볼프강 이싱어 전 뮌휀 안보회의 의장 등 각국 외교 분야 중진들과 함께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에 동참했다.
가디언은 “일부 러시아 외교정책 수립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해결만을 추구하는 것을 전략적 실수로 본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