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보호자들이 코로나19에 걸렸던 이력이 있는 간병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회복하면 더욱 강한 면역력을 갖춰 환자들이 감염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확진 이력이 감염 예방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고양의 한 재활병원에 아버지를 입원시킨 A씨는 최근 조건에 맞는 간병인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2년여 전 뇌경색으로 왼쪽 마비가 온 아버지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간병인을 통한 코로나 감염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A씨는 코로나 확진 경험이 있는 간병인을 찾았다. 그는 14일 “돈을 더 얹어주더라도 꼭 안심할 수 있는 분이 필요했다”며 “이미 코로나를 앓았던 간병인은 감염 위험이 낮을 것 같아 겨우 한 분을 구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간병인소개소 대표도 “코로나에 걸렸다 치료를 마친 사람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보호자들이 최근 생겨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한 소개소 관계자도 “확진자가 급증할수록 ‘슈퍼면역’을 가진 간병인에게 웃돈을 얹어주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보호자들의 요청은 백신만으론 환자 안전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병원이 먼저 확진된 적이 있는 간병인을 구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요양병원은 지난 4일 코로나 병동 간병인을 구하면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 뒤 해제된 건강한 분’이란 조건을 내걸었다. 24시간 동안 방호복을 착용한 채 확진자 12명을 돌보는 일인데 사흘 만에 마감됐다. 일당도 45만원으로 일반 간병 일자리보다 3배 이상 높다. 공고를 낸 알선인은 “백신 접종 이력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오미크론에 걸렸다가 격리 해제돼 면역력이 높은 사람을 찾았다”며 “코로나에 안 걸린 사람은 3차 백신을 맞았더라도 다시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는 근무환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확진 전력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보장하진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 경험자는) 증세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걸 예방하는 등 부분적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다른 변이가 나오면 완전히 얘기가 달라진다”며 “자칫 잘못하다 ‘(오미크론에) 걸려버리자’는 메시지가 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백신을 맞은 뒤 감염될 경우 항체(세기)가 높다는 얘기지 감염을 막아준다는 건 아니다”라며 “슈퍼면역이라는 용어도 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