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국 워싱턴DC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발효 1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식 행사가 열린다. 양국 상공회의소가 공동 개최하는 이 행사에는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60여명이 참석해 한·미 FTA의 미래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 포스코, 롯데케미칼 등이 FTA의 구체적인 활용 사례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어서 양국 기업 간 유익한 정보 교환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공회의소는 코로나 이후 거의 모든 행사를 줌(Zoom)으로 개최해 왔는데, 이번만 예외적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키로 했다. 그만큼 미국에서도 한·미 FTA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 한·미 FTA는 규범이나 시장 개방 측면에서 가장 수준 높은 협정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2007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협상 타결 이후 2011년 오바마 행정부와의 자동차·농업 분야 개정 협상을 거쳐 2012년 3월 발효됐다. 이후 협정 폐지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행정부와 2018년 자동차 수출, 픽업트럭 관세 등에 대해 재협상을 벌여 한 차례 더 개정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미 FTA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양국 모두에 큰 도움이 됐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교역 증가율이 연평균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동안 한·미 교역은 연 5.7%씩 증가했다. 한국 수입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FTA 발효 전인 2011년 8.5%에서 2021년 11.9%로 3.4% 포인트 증가했고,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도 2011년 2.57%에서 2021년 3.35%로 증가했다. 특히 미국 승용차의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2011년 9.6%에서 2021년 25.9%까지 상승했다. 의약품 수입도 발효 후 약 8%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연평균 5.31% 증가했고, 미국산 아보카도·바닷가재 등 농수산물 수입이 증가하면서 국내 소비자 선택의 폭도 확대됐다.
미국인들은 과연 한·미 FTA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미 FTA는 미국이 아시아 국가와 체결한 첫 FTA이자 미국이 체결한 FTA 중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FTA가 양국 경제통상 관계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상품무역에서 발생한 적자를 서비스 교역에서 만회했고,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대미 투자를 이끌어 낸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미국 직접투자는 미국의 한국 투자보다 3배 이상 많다.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국내 4대 그룹이 발표한 44조원에 이르는 대미 투자 계획에 대한 기대 또한 높다.
그렇지만 이런 우호적 평가가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연합(EU) 일본과 협상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고관세를 풀어줬지만 우리나라에는 계속 철강 쿼터를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올해 11월 미 중간선거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 FTA에 대해 어떤 개선 요구를 할지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간 한·미 FTA가 자유무역 기반을 다지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면 향후에는 안정된 공급망 확보와 공동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포괄적 협력의 구심점이 돼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 경제 제재, 미·중 갈등 심화와 인도·태평양경제협의체(IPEF) 출범 등으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공급망 개편에 대한 품목별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통상과 소부장 정책에 힘을 보태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