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5월 10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기 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라는 위험한 불장난을 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대통령 임기 시작 전부터 거대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선제타격론’과 ‘사드 추가배치’ 등 대북 강경노선을 천명하며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런 윤 당선인을 상대로 ‘ICBM 카드’를 던지며 ‘기싸움’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남북이 초강수를 주고받을 경우 북한과 미국이 ‘핵 단추 설전’을 벌였던 2017년 수준을 훨씬 넘는 위기 상황이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13일 북한의 ICBM 시험발사 동향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미 입장 표명을 했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당선인 신분의 민감성을 감안해 발언 수위를 조절한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북한이 위성 발사를 빙자해 ICBM을 발사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더 강력한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정권 이양기 ‘구멍’ 노리는 북한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강행할 경우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 당일에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이전이라도 북한이 ICBM을 쏠 수 있다는 분석은 끊이지 않는다.
북한이 최근 두 차례의 정찰위성 개발 시험을 했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ICBM 대신 성능을 축소한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미는 북한이 이르면 이번 주 초 신형 ICBM 성능시험을 위한 추가 발사 준비 징후를 포착하고 정밀 감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움직임도 포착되면서 북한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는 일순간에 위기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쏘아 올리거나 9·19 군사합의를 일부 파기하는 등의 저강도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국이 정권 이양기인 데다 외교안보 정책의 공백기여서 북한 도발에 대응이 쉽지 않다”면서 “한·미·일 공조로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선제타격론을 고수할 경우 남북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선거용 공약 및 메시지와 대통령 당선 이후의 메시지는 달라야 한다”며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발언이나 과도한 북한 때리기 등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측 가능한 북 비핵화 로드맵 제시할 듯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은 문재인정부와 극과 극이다. 윤 당선인은 “민주당 정권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우리의 대북 억지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게 윤 당선인의 기본 생각이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킬체인(Kill-chain)’을 비롯한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 등을 공약했다.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 종전선언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라 문재인정부가 막판 스퍼트를 냈던 종전선언은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북한에 ‘예측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을 집권 초 제시할 계획이다. 북한에 장밋빛 시나리오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북한에 줄 수 있는 것과 줄 수 없는 것을 명확히 한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북한이 비핵화를 행동으로 옮길 경우 제재 완화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런 내용의 단계별 로드맵 초안을 만들어 북한과의 협의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
한·미동맹 강화, 한·중 관계는 숙제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 핵심은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다. 문재인정부에서 약화된 한·미동맹 강화가 최우선 외교과제다.
대북 정책을 비롯해 군사협력뿐 아니라 경제안보 등에서도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와 반중 협력체인 쿼드 정식 가입 등도 추진할 전망이다.
한·일 갈등으로 삐걱댔던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는 강제징용·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가 풀리지 않았고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라는 새로운 악재도 생겼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북한과 중국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한·일 관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과거사와 경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대일 관계의 기조로 삼았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투트랙’ 전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윤 당선인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타협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밀착으로 소원해질 수 있는 중국과의 관계는 윤 당선인이 풀어야 할 숙제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여파를 무시할 순 없어서다. 윤 후보가 사드 추가배치 공약을 이행한다면 중국이 제2의 경제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선 윤 당선인 측도 부정적이지 않다. 미국은 올해 하반기 연합훈련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